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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호(여름호)/신작시/이 끝없이 목차를 앞질러간 부록의 生 외 1편/서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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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규정
이 끝없이 목차를 앞질러간 부록의 生 외 1편
폭포사를 거느린 해운대 장산에 올라, 꾹 참았다 터지듯 막 터지는
진달래 군락지를 지나면서도 팍팍한 가슴을 달랠 길이 없었다
매무시 고칠 것, 보따리 따로 쌀 것 없다면
최소한 분노라도 있어야 할 게 아닌가
큰 돌멩이 두 개 들고 종교국가 자살폭탄테러 흉내를 내다
혼자 도토리 따먹기 짤짤이를 하다
하류란, 산화와 심심풀이가 늘 함께 하는 자리이기를
있는 자 고민 많고, 없는 자 고통 받고
비긴 것이지
터덜터덜 내려오던 예비군 참호 앞에서, 날아온 문자 한통
삼천만 원까지 신용대출
돈을 못 갚으면 장기까지 떼어간다는
사채업자로부터 신용이라는 말을 처음 들었다
기초생활이 무너진 기층민으로
앞뒤 목차도 모르면서 뒤죽박죽 부록처럼 끼어 사느냐
산새도 어째, 어째, 소리 내어 우는데
이제 무얼 더 어쩌라고, 온몸에 사열이 나듯 고목에도 꽃이 피는 것이냐
만경강 철교를 건너는 기차는 7시라네
붉디붉은 휘장 막처럼 노을이 펼쳐진 만경강 철다리 밑에서
송사리 떼 입을 쩍쩍 벌릴 여름이면
니나노집 여자 하나씩 금방 잊어버리기 좋을만하게
빠져죽는다, 팅팅 불은 시신을 꺼내놓고
오매! 젖먹이 애는 어쩌라고야
쪽배를 띄워 불쌍한 혼백이나 건져주자고
무당은, 쌀바가지에 미리 담아온 머리칼을 후후 불며
야야 잘 가그래이
둑이 둑을 막아서서 강을 이루고
논이 논을 이어서 평야가 시작되려면
꼭 통통하게 여문 제물을 필요로 했을까
한 놈의 출세를 위한 수직 경쟁보다
못난 놈들 등 두드려 수평으로 여럿이 나아가야 한다던
농민운동가의 씨앗일 것이라는 소문만 숭숭
바람에 휩쓸릴 대로 휩쓸린 빈 죽정이도 이삭은 이삭이다
어느 단체에서 나와 홑이불 걷듯
아냐 노을 보에 둘둘 싸 7시 기차를 태워, 스웨덴으로 수출 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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