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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호(여름호)/신작시/흘린말의 표정 외 1편/박해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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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2,113회 작성일 11-12-23 22:53

본문

박해람

흘린 말의 표정 외 1편

 

 

 

입에 붙은 바람을 달래기 위해 흘린 말을 해야 했다

 


바람이라는 말을 입에 품는 순간 흔들리는 입속, 부푼 혀를 갖게 된다.

입 한쪽을 돌아 나간 바람

뒤틀린 말들만 남겨놓고

깜빡이는 눈 속에 오래 앉아 있다

 


한 쪽의 입 꼬리와

한 쪽의 눈은

외눈박이 족族의 정인情人이었을지도 모르는 일

 


발을 헛디딘 한 쪽 표정이 얼굴의 밖에 와 있다

웃음을 가렸던 한 쪽 손이 묻어 있다

차가운 바람은 그래서 외짝이다

 

바람에게서 표정을 확인하려면 어느 문병門病을 가보면 안다

 


잠시 표정으로 쉬고 있는 바람

새들이 숲으로 모여들듯 바람은 이곳에 와서 이끼가 된다.

한뎃잠이 등 돌린 체 누워있고

오래 흔들리고 오래 잠잠해지기를 기다린다.

 

신발 한 짝을 읽은 모양으로  바람이 눈 뜬 체 입가에 묻어있고  그를 달래려 흘린 말들을 닦는다.

 

 

 

 

 

 

 

울음배우

 

 

나는 울기 위해 필요한 늙은 주름과 최초라는 말을 찾아가 물어볼 늙은 질문을 갖고 있다.

울음이 닮은 무대에 설 때마다

암송으로 끝이 나던 울음의 줄거리들이 생각난다.

 

안구眼球 모양의 각을 떠서 흔들리는 그늘에 입힌다.

너는 그 밑에서 흐느낌을 찾고

몇 장의 내피內皮를 돌려주지 않았지

얼굴들이 손가락 사이를 흘러나오고

기대었던 가식假飾이

암전 사이에 퇴장해 버렸고

 


울기 위해 위해 흔들리는 어깨를 사고 늑골을 사고 울음 전문배우가 되고

 


지난봄 접어놓은 발자국소리

배역을 따라 걷다가 문 닫는 구덩이와 만났던 일

삼실과三果實와 포脯는 진설陳設에 두고

늙은 예의의 분장은 지우지 않고 돌아왔던 일

 

입에 풀칠도 힘이 든다는 공연기간 틈틈이 불려나와 울다 가는 배우가 있다

대본의 외진 곳만 찾아 읽었고

사소한 울음은 흐느낌의 전조前兆에 맡겨놓는다

 

 

아직도 연습하지 못한 울음의 발성법이 많다는 듯 새로운 울음연습에 열중인,

늘 섭외 일순위인 울음전문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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