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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호(여름호)/신작시/도감 밖으로 철새는 날아가고 외 1편/조용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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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3,857회 작성일 11-12-23 2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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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용환

  도감 밖으로 철새는 날아가고 외 1편

 

 

저기 날아가는 새의 이름이 뭐냐고 물었다

기러기인가? 가창오리인가? 되물었다

시인이 그것도 모르냐, 핀잔만 들었다

새가 날아온 쪽을 바라본다 도감을 찾아 봐야겠다

참 까무룩하군, 중얼거리는 저녁 하늘로

그새 겨울이 지나간다 북쪽을 돌아본다

엊그제는 그 편에서 날아왔을 텐데,

담장을 고쳐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

새들이 앉았다가 날아간 것뿐인데

발톱자국처럼 꼭 그만큼만 허물어졌다

저런 허울 몇 개가 있어 다행이다

도감에도 안 나오면 어떡할 거냐고 물었다

도감 밖으로 철새는 날아가고

젠장! 왜 다들 이름들이 필요한가, 투덜거리면서

황토 한 줌에 시멘트를 발라

저 허울 위에 한 허울을 또 얹는다

봄엔 호박 넌출의 느린 걸음에

담장이 허물어져도 좋겠다는 생각도 한다

손자국에게도 누가 이름을 붙여버리면 어쩌나,

소심하게도 걱정 아닌 걱정을 한다


 

 


풍란의 낡은 구두

   ―本草에게

 

 

가죽냄새가 나는 풍란을 얻었다


닳고 닳은 뒤축이다


오랜 버릇인지 서성거린다 저 향낭은, 초원의 아지랑이까지 생생하다


새로 얻은 창을 개괄해보려는 듯 며칠 동안 끙끙 앓는 것 같더니 개똥철학 일편을 얻어 마알간 얼굴에 샛길이 여럿이다


길항으로 또 며칠이 흘렀다


중세를 거슬러 백악기로 가는 걸음이다 삭정 부러져 내린 책꽂이 위에 발자국이 여럿이다 이빨자국이 선명하다 잔소리를 들은 게 역력하다 


꽃은 졌으나, 닳고 닳은 얼룩이 향기를 얻어 저 창을 부수고 뛰쳐나갈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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