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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호(봄호)/신작시/신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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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2,396회 작성일 11-06-28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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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민
지퍼 외 1편


그의 턱 밑에 3센티미터 흉터가 있다
행운목 화분 모서리가 만들어 준 그것은 항상 닫혀있다

넘어진 적 있다, 는 상징에서
그는 모든 것을 꺼낸다
하루동안 처리해야할 서류뭉치
주말에 다녀오기로 한 아이와의 동물원 약속
기린과 코끼리도 그곳에서 나온다
미처 다 꺼내지 못한 아내의 생일선물도
어지러운 책상의 물건들도

어느 날 갑자기 깨끗해진 그의 방은
그가 지저분한 모든 것들을 그곳에 집어넣었기 때문이다

옆자리 동료가 자신을 헐뜯었다는 소문을 들었을 때에도
그가 꾹, 참을 수 있었던 것
불같은 마음을 집어넣고 스윽, 닫아버렸기 때문이다

밑 짧은 바지였다가
짤랑거리는 동전지갑이었다가
모처럼 장만한 가죽wi켓이 되기도 하는 그를 통해
흉이 여러모로 쓸모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흉 없는 사람이 좀 수상했다





개들의 산책


그를 데리고 산책을 한다
그가 살이 찌는 것이 끔찍하다
게으른 그가 소파를 차지하는 건 더욱 싫다
개털에 재채기를 해대는 것도 못마땅하다
버릇없이 식탁에 앉아 그릇을 핥아대는 그가 더럽다
하루종일 빈둥거리는 꼴을 볼 수가 없다
가구들이 맘에 들지 않아 툴툴거리는
그의 아내는 목욕탕에 갔다
그가 가로수에 오줌을 갈기는 동안
온탕에 들어간 그녀는 지그시 눈을 감고 있다
침대에 누워있는 알몸을 또 훔쳐보겠군,
훈련된 개는 오줌을 참는다
목에 묶인 줄을 끌고 앞장 서 걷는다
자신의 죽음을 양장제본해서
도서관에 꽂는 이야기를 읽은 그의
쓰레기봉투가 보이면 피해서 걷는다
짖는 개는 물지 않는다, 와 같은
잘못된 기억의 대부분을 삭제하고
도서관 창가에 앉아 보낸
그의 짧은 시간만을 남기기로 한다
길을 자주 벗어나는 그를 위해
얼만큼 걸었는지 돌아갈 궁리뿐인 그를 위해
개는 길을 기억한다

집에서 멀리 가지 않는다
그의 아내는 그들보다 항상 늦게 온다

신정민∙2003년 <부산일보>로 등단. 시집 <꽃들이 딸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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