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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호(봄호)/신작시/신채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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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3,559회 작성일 11-06-28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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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채린
악어에게 외 1편


넌 포효하듯 입을 벌리고 있었지만 
난 무섭지 않아 
너의 붉은 눈동자는 이글이글 타고 있었지만 
난 두렵지 않아 
네 입 속의 날카로운 이빨들은 나를 노리고 있었지만 
난 잡히지 않아 

너를 두려워하지 않는 것에 대하여 
너는 매우 궁금하겠지만 
도무지 인간이라는 족속에 대하여 
너는 매우 황당하겠지만 
무수한 발자국 소리가 
너의 식욕을 깨우지 못하는 것은 
어느 음습한 밤에 네가
운 좋은 사냥꾼에게 걸려들었기 때문이지 

무수한 손들이 너를 만지며 
진짜군 하면서 
네 옆에 늘어서 있는 번쩍이는 가방들과 
지갑을 흘깃거릴 때의 흥분, 
너는 우리의 짜릿하고도 황홀한 흥분을 위하여 
늪의 왕자다운 위용을 뽐내야 하느니
뱃속에는 흰 솜을 가득 채우고 
이 긴 불황의 늪을 건너야 하느니






노동의 종말


경축! 무인경비시스템 구축!

아파트 외벽에
대형 현수막이 펄럭이고 있어요
일장기처럼 펄럭이는 현수막을 볼 때마다 
나는 모골이 송연해져요
터덜터덜 집으로 돌아가는 
경비원 김 씨의 모습이 아른거리고
그의 늙고 병든 아내가 
깊은 한숨을 토해내는 소리 고막을 찢어요
노동시장에서 인간은 계속 추방당하고 있어요
기계보다 무능하다는 이유로,
기계보다 비효율적이라는 이유로,
머지않은 미래에 우리는 모두 白手가 될 것만 같아요 
노동의 해방이 아니라,
노동의 종말을 맞을 것 같아요
고대하던 유토피아가 도래할 것만 같아요
요리해주는 로봇, 청소해주는 로봇, 숙제해주는 로봇
약 지어주는 로봇, 심심함 달래주는 로봇, 
장을 봐주는 로봇, 운전을 해주는 로봇……
우리의 신념으로 
우리 스스로 白手가 될 것만 같아요

의기양양 펄럭이는 현수막을 볼 때마다
나는 모골이 송연해져요

신채린∙2005년 ≪열린시학≫으로 등단. 시집 <슬픔의 껍질을 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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