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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호(봄호)/신작시/이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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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일
폭포;꿈틀거리는 삶의 이면 외 1편
누구도 폭포를 이야기하지 않는 곳에서;폭포는 콸콸콸 끝없이 쏟아진다
밤고양이 눈동자에 박힌 별자리 같은 아름다운 삶의 이면이 폭포 속에 꿈틀거린다, 고 믿는 순간 폭포는 거품을 내뿜으며 걷기 시작하고
나는 폭포를 따라 걷는다, 달아나는 그 삶의 이면을 붙들기 위해, 무성한 풍문과 소음들이 깨끗이 씻겨진 음악의 거리를
걷고 또 걷는다, 나의 뇌에 떠도는 블랙홀을 말갛게 씻어내기 위해······
그러나 쉬이 좁혀지지 않는 걸음과 걸음 사이 흔들리는 내 믿음, 이 폭포 속으로 가만히 손을 뻗는 순간
폭포는 작아지며 점점 사라져간다, 누군가 폭포를 말한 그곳에서;깨끗한 거리는 금세 무성히 더러워지고 내게서 비죽 흘러내린 손이 증발하는 사이, 폭포 아래서 색소폰을 연주하던 사내가 청동으로 굳어가고
빗속을 하염없이,……
(이브의 눈물은,
떨어져
흰 나리꽃으로 피고―)
오늘은 저 하늘에, 새도
노을도 비행기도 날지 않는구나
처마 밑
숨어든 어제의 낮별처럼
날개가 젖는 게 두려운 걸까,
너에게 가려고
(우산도 없이)
난 구두를 벗고 (발도 벗고)
걸어간다 울타리 너머,
알 수 없는 그
젖은 시간 속을 하염없이,······
흘러가는 너의 마음에
찍힌 내 발자국을 지우며,
예쁘장한 무지개 띠가 떠가고
(내 눈물은,
떨어져도
그저 투명한 고요로만
너의 맘속에 스며들 뿐인데,······)
이근일∙2006년 ≪현대문학≫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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