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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호(봄호)/신작시/이용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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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임
수집벽 외 1편
월요일의 고양이와 화요일의 고양이
수요일의 고양이와 목요일의 고양이
금요일의 싹둑, 목이 잘린 고양이
토요일을 완상하는 고양이
일요일엔 고양이
아홉 그루의 버즘나무와
아홉 계절에 남겨둔 무지개
하지만 아홉 생이 끝나도
미소는 변하지 않아
양손을 하늘로
숨겨둔 뼈를 늘리며
어두운 골목을 걷는다
손가락 끝에 감기는 고양이들의 미소
첫눈 내리는 밤
푸른 지붕에 찍어둔
그의 마지막 키스
내 지하창고에는 커다란 소금항아리들이
물기가 빠져나간 미소들이
주름진 입술들이 꼬리를 올리며
아홉 생을 탕진하고
고양이가 긴 꼬리를 내려놓을 때
마지막 도약으로 걸어둔 표정
깔깔거리며 구름에서 쏟아질 때
주머니가 커다란 옷을 걸치고
수상한 밤을 통과해
뼈가 가는 얼굴들이 도처에서 수군거린다
전 생을 달려온 미소라니!
검은 코와 긴 허리 떨리는 수염이 지워지자
비로소 그려지는 근사한 궤적
내 뜰에 동백
멜랑콜리한 얼굴들을 심어놓은 정원 속
푸른 줄기가 게워낸
붉은 그림자 속에 앉는 일
누구도 눈치챌 수 없도록
밤새 아름다운 꿈들을 도굴한
손가락을 찬 물에 씻는 일
소리 없이 버린 날개들이 나부끼는 밤이면
탁자 위에
물로 쓰는 일
이용임∙2007년 <한국일보> 시부문 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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