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토피아 - (사)문화예술소통연구소
사이트 내 전체검색

수록작품(전체)

제41호(봄호)/신작시/김세영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2,179회 작성일 11-06-28 14:39

본문

김세영
황사 바람 앞에서 외 1편


고비사막 아래쪽 둔덕에
방풍림이 눈썹처럼 서 있다
기압차가 큰 환절기에는
뇌구腦溝에서 잉태된 바람이
모래바람이 되어, 마른 이마를 할퀴어
군발성 두통을 일으킨다
희뿌연 황사가 흉노처럼 넘어와서
빨랫줄에 걸린 흰자위에 얼룩을 만든다
눈꺼풀을 망원렌즈처럼 치켜 열고 보면
설화 같은 방풍림의 우듬지를 볼 수 있다
적막한 밤에, 스카이 안테나처럼
귀를 곧추 세우면 단조短調의 음계를 들을 수 있다
수십 년을 넘게 다녀도 낯설기만 한 길에서
눈물 한 방울도 흘리지 않는 
낙타의 발자국 소리일 것이다
건기의 시간이 길어질수록
모래의 살결은 거칠어졌고
사구의 골짜기는 깊어졌다
이마의 황무지는 점점 넓어졌고
웃자란 눈썹은 덤불처럼 거칠어졌다
낡은 엘피판의 홈 같은 눈가의 주름에
눈곱이 끼는 날도 많아졌다
낙타의 마른 울음이 

불면의 밤을 밝히는 봉화대처럼
베이산北山 능선에 밤마다 세워졌다.





홍어


흑산도 가는 길목에서 
오랜 기다림에 지친 그물 속으로 
그녀가 들어왔다

손아귀를 빠져나가려는 
저항의 몸부림,
아스팔트 위에서 뒹구는
꽹매기처럼 파닥거렸다

내실의 수족관에 
그녀의 거처를 마련했다
황새의 날갯짓 같은
유영의 몸짓을 보면서, 날마다 
내 살 속의 마크로파지*가
점차 식욕의 본능을 상실했다

-하나의 살이 다른 살 속으로 
영혼처럼 스며들기 위해서는
살을 식초처럼 삭혀야 했다-

수족관의 수초 속에 놓인
항아리 속으로 그녀가 들어가서 
토굴 속의 웅녀처럼 나오지 않았다

짚과 소금을 항아리에 넣고 제를 올렸다
49제의 마지막 날, 
돌아온 그녀의 넋에
홍탁삼합을 올렸다

폐부 깊숙이 파고드는
삭힌 혼의 체취!

월식의 밤에
하나의 혼이 다른 혼으로 
주술처럼 스며들듯이 
그녀의 붉은 살점이 살구식초처럼
나의 살 속으로 스며들었다

에테르의 연무 같은
오르가슴의 늪에 빠졌다.

*macrophage, 대식세포大食細胞.

김세영∙2007 ≪미네르바≫로 등단. 시집 <강물은 속으로 흐른다>.
 

추천9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사)대한노래지도자협회
정종권의마이한반도
시낭송영상
리토피아창작시노래영상
기타영상
영코코
학술연구정보서비스
정기구독
리토피아후원회안내
신인상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