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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호(봄호)/신작시/최향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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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1,998회 작성일 11-06-28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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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향란
모과 외 1편


둥근 숨을 토해내던 날
상처 제 이름에 지고 햇살 쪽으로 뛰쳐 오르는
노랗게 변해버린 심장 한 토막

생은 반듯한 손등만을 내보이고
손금은 손바닥 안에 철저히 가려두었던가

팽팽했던 심장을 
허공에 풍덩 던지더라도
바람보다 더 부드럽게 흩어지기

오래 기다리던 것들
몸 날리는 게 내 삶의 방어라면
울퉁불퉁 굳어버린 심장 미움이 사라질 때까지 기다린다

날이 가고 부릅뜬 하루가 가고 
울음도 웃음을 닮아 보이지 않는 그 곳 받아들이면 
손바닥 열려
빗겨간 길 둥근 이름으로 선다






오래된 건조함을 달랜다


돌아와, 말라가는 뿌리에 물을 준다
작은 화분에 갇혀 사방의 벽 더듬었을 
두려움, 푸르렀던 기억을 앙상하게 쌓아두었다
혈관 깊이 쌓여있던 혈전을 드러내듯
구석구석을 거둬낸다
먼지들도 오래 견디다보면 서로 기대어
견고한 틀 짜는가보다
가벼이 보이지만 엉겨 붙어 자리 잡아가는 것들
이쯤에서 비로소 견디다는 말에 귀 기울인다 
먼 길에서 돌아와 아픈 뿔 꼿꼿하게 세운다
익숙했던 양발의 평행 깨고
새로운 기억이 생길 자리 마련하는 일은 두렵다
불안 깊어질수록 걸레질 허공 떠돌고 
그럴수록 긴긴밤 한서리가 울컥이며 창 안으로 들어온다 
젖은 흙이 아닌 곳에서 살아가는 법 익힌 민달팽이도 
환하게 피었다 한 계절 따라가는 꽃도
서로가 돌아갈 곳은 다르지만 
살다보면 이렇게 섞이기도 하는 것 
물을 줘도 건조함 쉬이 촉촉해지지 않지만
마른 가지가 훅∼ 입김 불어 넣는 것 본다
남은 생 위해 물기 찾아 떠나는 모든 것, 어서 가거라

최향란∙2008년 ≪리토피아≫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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