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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호(봄호)/신작시/김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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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2,243회 작성일 11-06-28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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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자
금산 간다 외 1편
―남해기행·1



생의 궁기 끝나가는 지금은 3월
매화가 당도했다는 기별 받고 서둘러 금산 가는 길
걷는 동안 나를 어지럽히던 화두는 사라지고
눈앞의 것들 보고도 못 본 것이다
금산에 있다는 보리암은 어디에 있는지
금산도 보리암도 아닌 그것이 안개 속 내 마음이다  
미조항이 눈을 부비며 깨어난다
풀만 먹고 자란 짐승처럼 바다만 먹고 산 미조항
어머니 치마폭 같은 상주해수욕장
그 말이 이 말이고 이 말이 그 말인 바람
이성계는 기도로 조선왕조를 개국했고
이성복은 돌 속에 갇혔다 떠간 여자를 노래한 금산
하면 이 절벽에 어떤 이름의 감옥을 세워 나를 가둘까
저기 수만 겹 돌의 서책들은 누가 읽고 가며
언제쯤 나는 그대의 꽃이 될 수 있을까
독경소리에 절로 아련해지는 보리암
삭풍을 건너지 않고 어찌 매화향기를 기대하랴만
꿈에 그리던 매화는 없고 산정의 깃발만 무성한 섬
꿈꿀 수 없고 닿을 수 없으면 어떠리
예까지 흘러와 그냥 돌아설 수는 없는 노릇
오늘은 보리암 자락에 세든 부산장에서 하룻밤 묵어가야겠다
내일 안개 걷히고 저 아래 용문사龍門寺* 가면
오래 묵어도 새 애인 같은 매화 볼 수 있겠지
*남해 용소리 호구산자락에 있는 오래된 사찰.


서포西浦*
―남해기행·2

곧은 마음에도 굴절이 이는 곳
노도櫓島*는 태풍 휩쓸고 간 내 마음의 서쪽에 있다
전생의 어느 오후 같은 오늘도 섬이 바람에 흔들린다
꿈속에서도 그리운 어머니와 고향
지척에 두고도 오를 수 없는 남해 금산
원망이나 두려움 따윈 내 것이 아니었다
본시 나는 자유인이라
예라면 한 줄기 햇살도 귀히 여기리라
남새밭 갈다 지치면 시를 읊으리라
망망대해 바라보며 세월을 낚아도 좋으리
이 섬에서 나는 바람에 얹혀 사는 한낮 객일 뿐
단단했던 미움의 빗장도 세월 따라 이리 헐거워지니
피안이 될 수 없었던 궁궐의 영화는 잊은 지 오래
훗날 허묘墟墓나 유허비遺墟碑도 나의 것은 아니리
차안此岸과 피안彼岸을 왕래하던 배 끊기고
만월이 앵강만鶯江灣*에 푸른 다리를 놓으면
그대에게 초대장을 띄우리라
그대가 나를 잊고 있을 때도
나 그대 그리워 속울음 삼켰노라
외로워도 그 날을 기다리며 하루를 시작하노라
그러다 때가 오면 초옥은 바람에게 내어주고  
한 점 미련도 의혹도 없이 날아오르리라
그때까지 그대의 서쪽도 부디 안녕하시기를

*구운몽의 작가 김만중의 호.
*남해에 있는 섬으로 김만중의 마지막 유배지.
*남해 월포리에 위치한 작은 만.


김인자∙1989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 <슬픈 농담> 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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