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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호(봄호)/신작시/박일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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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2,051회 작성일 11-06-28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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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일환
불영사 고추밭 외 1편


비구니 스님들만 산다는 불영사를 찾아드니
제법 널따란 고추밭이 반겨주더군요
줄기마다 빨간 고추들이 매달렸는데
돈오돈수 돈오점수
고놈들도 알 건 안다는 듯이
용맹정진의 자세로 한창 약이 올라 있더군요
그 마음이 갸륵해서
나도 모르게 합장을 할 뻔했는데요
바야흐로 때는 가을이라
붉어질 건 붉어지고
떨어질 건 떨어져야 한다는
법문 한 자락
비구니 스님을 만나기도 전에 얻어듣고
내 마음도 조금은 붉어졌는데요
고추밭을 돌아 나오며
애쓰는 마음에 대해 곰곰 생각하느라
앞서 간 일행을 잠시 놓치기도 했다지요

 

 

 

 


자일리톨 껌


통 안에 든 자일리톨 껌
씹히기 위해 얌전히 대기하고 있는 순한 양들
달그락달그락 소리 내는 일도 미안해
어떻게 하면 용각산이 될 수 있을까
창문도 없는 통 안에 갇힌 채
꿈꾸는 일만이 유일한 놀이라지
단물 빠져 후줄근한 껌딱지처럼
살고 싶지 않은 아가씨 핸드백 속에서
먼 나라 말로 자일리톨
그래 봤자 껌에 지나지 않는
고 작고 네모난 알갱이들을
나는 사랑해보지 못했네
단숨에 넘기는 한 모금 술이라면 모를까
천천히 오래도록 씹는 일에 능숙하지 못한
내 가여운 사랑법은
언젠가는 뱉어내야만 하는
죄업을 감추기 위함인지도 몰라
삼켜지지 않는 존재의 비애를
누구보다 먼저 제 몸에 새긴
자일리톨 껌


박일횐∙1997년 ≪내일을 여는 작가≫로 등단. 시집 <푸른 삼각뿔>, <끊어진 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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