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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호(봄호)/신작시/ 신강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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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강우
상황·46 외 1편
사방에서 안개언어
풀어낸다
얼굴 없는 말소리
여기서 번쩍 저기서 번쩍
조류독감처럼 자꾸 건너 뛰어
모두를
뿌연 안개언어로 묶는다
발음해도 구멍 난 말소리
뜻을 잃어버린
찢긴 북소리 낸다
모호한 표현
모두를 모호한 환상의 그늘에 눕힌다
나는 어디에 있나
너는 어디에 있나
뿌연 언어에 갇힌 몸뚱이들
외줄에서 비틀비틀
어릿광대 춤춘다
베일에 가린
푸른 하늘빛의 십자가
바로 가라, 는 뜨고 바로 가라, 소리쳐도
사방에서 안개언어에 갇힌
광대들 웃음소리
병든 환상의 문을 자꾸 두드린다
종착역
석탄 냄새
꺼멓게 묻어나는 철길에
입을 앙다문다 초겨울 추위
조그만 신호등 하나
눈을 반쯤 감고
빨간 손수건 자꾸 흔든다
막힌 길에 허수아비처럼 버티어 서서
허기진 배 잔뜩 내민
빛 바랜 메아리들
희미한 불빛 하나씩 켜
자꾸 허우적거린다 고요의 깊이에 빠져
막장의 때 묻은
꺼먼 목소리들
신호처럼 벽에서 하나씩 기어나와
막차의 쓸쓸한 마침표 위에 선다
때 묻은 그림자를 조그만 입술로 지우는
강물처럼 마구 출렁이는 아름다운 어둠
아직 먼 푸른 꿈길로
아픈 발소리 하나씩 끌고 간다
신강우∙1997년 ≪조선문학≫으로 등단. 시집 <항해일기>, <바다>,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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