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록작품(전체)
제41호(봄호)/신작시/ 김명남
페이지 정보

본문
김명남
지극함에 대하여 외 1편
몇 번이고 몇 번이고 생명을 나누는
그 바스락거림 사이로 환호작약하는 잎들
길을 덮은 그들의 삶을 알아야
비로소 너희가 누군지
어디로 흘러가는지 알 일이다
팔뚝 같은 나뭇가지도
생살 같은 잎들도 다 털어내야
그대에게 닿을 수 있다
나뭇가지에 붙잡힌 오후의 햇덩이와
햇덩이에 걸린 겨울철새의 날갯죽지와
피로한 날개가 그리는 점액질의 고요한 궤적
얌전했던 들판은 무채색 바람과 뒤엉키며 더부룩한 속을 뒤집는다
뭇별 몇 점 물고
허기를 매만지며
몸집을 최대한 줄인 채
질문과 싸워야 하는 나무는
체력으로 버티는 게 아니다
버텨야 할 이유가 의지를 만든다
태양의 껍질을 안고 내려앉는 잎가지는 드디어 날개를 편다
말은 바르게 해라
자신의 고갱이었던 심지를 갉으며
한 자루 초가 탄다는 것은
세상을 밝히려는
거룩한 희생이 아니다
촛농으로 애써 삶의 길이를 연장하려 몸부림치지만
마음의 속불꽃마저
결국 저 빛 맨 끝에 있는 어둠일 뿐
제 살이 타들어갈진대
거기에 무슨 아름다운 형용이 있을 수 있겠는가
내 힘줄을 타고 오는 불꽃이여!
달려드는 이리 떼에게 뜯긴 비둘기의 핏빛 일몰
그게 너다
촛불이다
김명남∙2000년 ≪작가들≫로 작품활동 시작. 시집 <시간이 일렁이는 소리를 듣다>.
추천2
- 이전글제41호(봄호)/신작시/이영주 11.06.28
- 다음글제41호(봄호)/신작시/강수 11.06.28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