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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호(봄호)/신작시/박춘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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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2,708회 작성일 11-06-28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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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춘석
바깥이 고갈되다 외 1편


높이 쌓아올린 벽돌 몇 개를 허물고 바깥으로 나간다.
나로 가득찬 집을 비워야 한다.
몇 일 분의 넓은 집이 필요하다.
바깥을 물의 적정수위로 채워야
산소를 호흡하듯 수분을 보충하듯 몇 날을 산다.

싱싱한 하루의 바깥을 산채로 채집한다.
삶의 성분으로 가득 찬 세상에서 
몇 일 분의 양식을 원료처럼 채워 넣는다.
서사의 그물로 촘촘한 세상에 
나는 한 마리 파닥이는 물고기 
스스로 그물을 찾아간 물고기 
그물에 낚일지라도 삶이고자
식료품이 떨어져 먹을 것을 조달하러가듯 삶을 사러간다.

마트에 익명의 나를 위한 식료품이 넘치듯
오늘의 바깥에는 시들어 가는 가을이 가득하다.
어제 비가 내려서 땅 위에 꽃잎처럼 떨어진 잎잎들이
내게 몇 일 분의 삶을 줄 것이다.

가을옷 입은 사람들 
무한한 바깥
늙은 가을이 내 몇 일 분의 식사다.






어른


세상이 가득 차서 그대로 매장될 한 채의 낡은 집이다.
발걸음의 지속으로 저쪽에 가 있다.
우여곡절 끝에 어디엔가 닿았다.
빠르게 따라가도 따라잡을 수 없는 
길 너머의 미래인

가장 주관적인 것으로 축조한 성 안에서 산다.
발자국이 벽돌처럼 층층이 성 밖을 에워싸고 있다.
여기저기 마음을 나눠주어 제 온기를 사방에 흩어놓았다.
좋은 날씨 나쁜 날씨를 다 건너왔다.
백일하에 시간이 품은 비밀을 다 밝혀냈다.
제 몫의 슬픔을 다 슬퍼했다.
시간이 주는 약을 발라보았다.
나이테처럼 몇 겹으로 감은 세상이 
몸 구석구석에 무늬져 있다.
다 써서 텅 빈 듯한 혹은 가득 채워진 듯하다.

희망을 품는 건 삶을 숭배한 자의 습관
사진 속에 얼굴을 꽃잎처럼 떨어뜨려놓았다. 
꽃을 얼굴의 재료로 썼다.
계절을 얼굴의 재료로 썼다.
근원에 숨겨둔 꽃처럼 늙은 얼굴이 피고 있다.
너무 멀리까지 가서 뒷모습만 남았다.

박춘석∙2002년 ≪시안≫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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