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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호(봄호)/신작시/홍승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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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2,180회 작성일 11-06-28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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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승주
데칼코마니 외 1편


누구더라, 누구였더라
손을 흔들며 다가오는 사람의 반쪽이 보이질 않네
뜬눈으로 며칠 밤을 지새운 탓일까 
왼쪽만 보이는 얼굴로는 누구인지 영 떠오르질 않네

그는 웃는 듯 우는 듯 점점 다가오네
누구더라, 누구였더라
저 검은 구멍을 아무리 들여다봐도 모르겠네

그의 반쪽 표정을 검은 구멍에 살짝 눌렀다 떼어볼까
대칭이라면 반쪽 웃음으로도 충분하네
그와 그 사이가 대칭이라면
그와 나 사이가 대칭이라면
이목구비가 뭉개진들 
온 몸에 검은 휘장을 두른들

누구더라, 
누구였더라
어느 생에서 겹쳐진 적 있는 듯한
가까이 다가올수록 낯선
그가 자욱하네  

저 검은 구멍이 이끼 낀 바위라면, 엉겅퀴라면, 얼룩말이라면, 절벽이라면, 

모래무덤이라면, 불꽃이라면, 종소리라면, 새벽별이라면……

나도 그의 손을 마주잡은 채
웃는 듯 우는 듯
포개지다가 어긋나다가






소리를 따라가다


너의 등을 맞대고 누운 밤 
네 몸 어디선가 가늘게 물 흐르는 소리 들려왔다  
소리를 따라가 보니 
얼음장 밑을 흐르는 물소리였다
돌멩이 구르는 소리였다
밥 끓는 소리였다
한 떼의 여치 울음소리였다 
소나기소리였다 
우레소리였다
그 많은 소리들을 껴안고 그는 어디까지 흘러가는 것일까

해당화가 늘어선 해변에서 아이 하나가 모래집을 짓고 있었다
조개껍데기를 주워 내 발등에 자꾸만 바닷물을 부어주었던 아이
나의 발등이 지워지고 무릎이 지워지고 어깨가 지워지고
저 멀리 수평선이 지워졌다

나는 그만 눈 녹은 자리처럼 고요해져
얼룩만 남긴 채 
천천히 사라져갔다 

미루나무 위 갈래갈래 하눌타리꽃이 피고 있었다 

홍승주∙2002년 ≪현대시≫로 등단. 시집 <내 몸을 건너는 만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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