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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호 (2010년 겨울호) 박익홍/반수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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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1,665회 작성일 11-05-25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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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몸, 내 가슴 가까이 손잡는 작은 속삭임이
박익흥|시인


나이를 먹어 가면 감동지수도 낮아지는 건가요? 언젠가 말로만 들어왔던 ‘러시아 볼쇼이 아이스발레’를 관람한 적이 있습니다. 많은 기대를 안고 목동아이스링크를 찾아 평소 4∼50분이면 닿을 거리를 두 배 가까운 시간을 들여 어렵사리 주차를 하고, 어두운 실내에 안내를 받아 자리에 앉았지요. 요란한 러시아 음악에 맞추어 아이스발레리나들이 나와 춤을 추고, 혹은 줄거리 있는 발레를 하더군요. 처음에는 호기심으로 눈을 집중하였으나, 점점 진행됨에 따라 시들해지는 마음을 겉으로는 표현할 수가 없었지요? 내 딴엔 스스로 감성이 풍부하다고 자처하여 왔는데, 도저히 시들해지는 마음은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옆, 앞, 뒤에서 쏟아지는 박수에 ‘비문화적이다’라는 눈총을 받을까봐 박수를 거들어 칠 수밖에 없었지요.

단지 한 곡, 한창 인기 있는 어느 소녀그룹의 ‘So hot’이란 노래인가요? 이 곡에 맞추어 추는 아이스발레만이 잠깐 관심을 갖게 하였습니다. 이 또한 귀에 익은 곡 때문이었는지도 모릅니다. 

이 모든 감동의 물살은 사람에 따라 달리 차오르겠지만 나에게는 여전히 낯설은, 그리고 저리 빙판에서 곡예에 가까운 춤을 추려면 많은 노력이 있었겠다는 찬사를 보내는 이성만이 가슴바닥을 차 올라왔지요. 무슨 일일까요? 그 수많은 사람들이 감동으로 회자되는 명성이 나에게 와서는 전혀 감동으로 와 닿지 않는 비문화적 내 정서의 메커니즘은 진정 무언가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닐까요? 

돌아오는 길에 생각해 보았습니다. 이처럼 명성 있는 예술이 감동으로 와 닿지 않은 이유가 뭘까, 하고요. 그래서 저 스스로 이런 답을 얻었지요. ‘너무 낯설다.’ 우리와 너무 먼 외모, 춤사위, 줄거리, 음악 등으로 인해 살에 와 닿는 감정의 자극이 없었답니다. 오히려 언젠가 소극장에서 보았던 ‘난타’가 나에게는 감동이 아니었는가 생각됩니다.

우리 교육도 이런 것이 아닐까요? 교육계획서 앞페이지를 장식하는 교육지표나, 내로라하는 저명한 교육가들의 장문의 교육이론보다, 교실에서 손 마주잡으며 따뜻하게 전하는 우리 선생님들의 짧은 말 한마디가 더 가깝고 더 큰 감동으로 와 닿지 않을까요?

‘볼쇼이아이스발레’ 관람을 떠올리며, 감동은 명성이 아니라 내 몸, 내 가슴 가까이 손잡는 작은 속삭임이 더 큰 파문의 물결을 일렁이게 한다는 자조적인 말로 불감의 비문화적 내 처지를 위로해 봅니다. 

박익흥∙1990년 ≪인천문단≫ 신인상으로 등단. 시집 '꼴값하기', '사랑 알레르기'. 문성정보미디어고등학교 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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