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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호 (봄호) 미니서사/ 박금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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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2,031회 작성일 11-05-25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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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에 대해서 생각한다. 네가 웃음으로 무마하려고 시도했던 선물의 소박함에 대해 생각한다. 한 줄기 잎자루에서 펼쳐져 나온 다섯 개의 활엽이 모두가 작고 동그란 엄지 모양으로 자라던 녹색 화분에 대해, 아니, 녹색이었던 식물에 대해 생각한다. 그때 나는 화분을 받아들고 이렇게 맹세했다. 화분을 잃으면 너를 잃는 것이다. 

생각이라는 것 참 희한하다. 생각하면 자꾸만 생각난다. 깊어지지도 넓어지지도 않으면서 자꾸 위로만 쌓여간다. 한 생각은 한 생각을 디디고 올라서고, 그 생각 위에는 또 다른 생각이 디디고 서서 층을 높여간다. 바람 부는 날 눈이 옆으로도 날리지만 결국은 하늘보다 낮은 곳으로 떨어져 내리듯 생각은 머리 위로 층층이 쌓여간다. 생각, 생각, 생각이 쌓여 천국으로 이어지면 그것은 생각이 아닌 꿈으로 변모한다.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흰색 부부 욕조에 온천수를 받아놓고 눈 내리는 유리 천정을 바라볼 어떤 날을 생각한다. 태닝오일 바른 채 선글라스 끼고 바라볼 섬의 남쪽 하늘을 생각한다. 그래서 오늘 아침 네게서 받은 화분에 볕을 쪼이기 위해 그것을 인도에 놓고 돌아서다가 도난당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들어 다급히 이런 말을 써서 묶었다. “일광욕 중입니다.” 순간 사랑이 든든해지고 아무도 함부로 대하지 못할 것 같은 마음이 들어 삶이 고마웠다. 식물의 입장에서 발언한 내가 스스로 대견하여 기분이 들떴다. 너에게 나는 이렇게 전한다. 일광욕이든 온천욕이든 나의 목욕은 너와 함께이다. 

“버리는 것 아님, 가져가지 마시기 바람.” 골목이나 빌딩 복도를 걷다가 사람들이 물건에 매달아 놓은 그런 류의 매직 글씨를 보면 창고가 없어서 애면글면하는 사유공간의 협소함이 떠오른다. 그리고 볕 없는 방에서 나는 매일 신문을 본다. 창은 복도 쪽으로 하나가 나 있다. 인터넷 창을 띄우고 정치 기사를 읽는다. 정치는 반대에 대해 저절로 생각하게 만든다. 예전엔 사랑의 반대가 무관심이거나 혐오였다. 그러나 오늘, 사랑의 반대말은 정치임을 자각한다. 정치 앞에서 사랑, 참 더러워진다. 볕 없는 방에서 나는 애인의 화분을 키운다. 정치하지 않겠노라 끝없이 맹세한다. 너와 꾸릴 가정의 가훈에 대해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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