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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호(2010년 겨울호)/신작시/곽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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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문연
고양이한테 한 수 배우다 외 1편
통통한 잿빛 고양이가 곳간 옆에서 졸고 있었다
생쥐의 기척에 고양이 수염이 파르르 깨어났다
떼로 몰려다니는 쥐들은 고양이의 간식이었다
고양이 앞에서 쥐들도 보통은 아니어서
고양이가 잠시 자리를 비운 틈으로 들락날락거렸다
입구가 좁은 생쥐의 아지트는
고양이가 넘볼 수 없는 안전지대
곳간 속에서 배를 채우다
고양이 발자국 소리가 들리면
줄행랑을 치며
담벼락 밑 굴 속으로 잽싸게 몸을 피했다
안전지대에 있으면서도 조급증에 시달리던 생쥐들은
고양이의 날카로운 발톱에 번번이 걸리고 말았다
쫓고 쫓기는 생쥐와 고양이를 지켜보면서
유년시절 내 눈알이 까맣게 여물어가고 있었다
아버지는 곳간 옆에 고양이를 쓰다듬어 키우셨다
지금 내가 배곯지 않는 것은
그때 아버지가 우리 집에 부려놓은 생쥐와 고양이의 보폭 때문이다
푸른 훈장
북악산 8부 능선
소나무 한 그루
온몸에 탄흔이 선연하다
총알받이가 되어준 나무에게, 누군가
감사패를 걸었다
패를 쳐다보던 동료 시인이
쯪쯪 혀를 차며 큰 소리로 외친다
“시인의 이름으로
탄송彈松 무공훈장을 수여한다”
순간,
북동풍이 불고
노송은 허리를 굽혀
훈장을 받아 든다
곽문연∙충북 영동 출생. 2003년 ≪문학마을≫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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