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록작품(전체)
제40호(2010년 겨울호)/신작시/박수현
페이지 정보

본문
박수현
떠도는 손 외 1편
장충동 원조할매족발집 천장에 붙박이 선풍기가 돌고 있다 그 아래 물 채워진 채 매달린 투명 비닐장갑 두 짝 열손가락 떠돌며 반짝거린다 파리란 놈, 그 야릇한 물장갑을 무슨 위험물로 읽은 듯 족발접시 주위 맴돌며 눈치만 살피고 있다 볼록한 물거울에 반사된 제 커다란 몸뚱이, 겹눈 위에 비친 괴딱지가 무서워 두 손 모아 싹싹 빌며 얼굴을 가린다 후각을 끌어당기는 족발 냄새에 덥석 다가서지도 떠나지도 못하는 헛된 식욕이 짭짭, 입맛을 다시며 연속사방무늬 허공을 핥아대고 있다 새우젓 얹은 족발 한 점 우적거리며 입에 넣다가 문득, 저 겹눈이 내 모습은 어떻게 비춰질까 궁금해 물거울을 올려다본다. 떠도는 손에 붙들린 어떤 영혼 하나, 볼우물이 불끈 채워진 나를 지긋이 내려다보고 있다
풍선
날아간다 빨간 전화기
날아간다 파란 사과
날아간다 노란 구두
날아간다 초록머리 앤
날아간다 오토바이 탄 주황 피자모자
胎줄인양 흘러내린 끈을 서로 흔들며
둘, 다섯
꿈꾸듯 날아오르고 있다
흔들리는 요람의 비밀을 모르는 저들!
깔깔대는 아이들의 웃음처럼
도톰한 두 뺨처럼
참았던 현기증처럼
반짝, 허공에 터지기도 하지만
주먹만한 희망 꼭꼭 여민 채
어느 먼―
별에라도 닿을 듯
함성소리 가득한 학교 운동장
가을 속으로 아이들이 놓아준
잘 익은 배꼽들이 두둥실 날아간다
박수현∙경북 대구 출생. 2003년 ≪시안≫으로 등단. 시집 <운문호 붕어찜>.
추천3
- 이전글제40호(2010년 겨울호)/신작시/김안 11.05.13
- 다음글제40호(2010년 겨울호)/신작시/곽문연 11.05.13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