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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호(2010년 겨울호)/신작시/정경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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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진
겨울 송화강에 와서 외 1편
폭설 걷어내고
맨손으로 다가가면 쩌억 쩍!
하나로 들어붙는 눈빛 속에
현상되지 않은 필름이 들어 있다
조각조각 동화마을로 인화되어
내딛는 발자국마다
한 장씩의 꽃잎 같은 것
난생 처음 와 본 곳에서
어디 갔는지 사공의 노 젓는 소리는
빈 들에 바람만 목 놓아 울고 가듯
내가 배경이 되어 찍히고 있다
뙤약볕에서
뙤약볕에 나 앉은 음식 수거통 속
음식 찌꺼기 비집고 우화등선하기 위해
제 몸 키우는 날파리 애벌레들
우글우글거린다
고양이가 흘린 생선 살점에
땅 속 땅 위 나무 위 어디든 찾아가는 개미 떼들
새까맣게 모여 들었다
조심조심 걸어가는 초롱초롱한 스님 눈빛
솔향기 나는 잿빛 장삼 가사
서 있는 탑신 같다
내 이마에 흘러내리는 송글송글한 땀방울들
땅 위에 뛰어내리더니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다
정경진∙1954년 부산 출생. 2001년 ≪시현실≫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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