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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호(2010년 겨울호)/신작시/이종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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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1,999회 작성일 11-05-13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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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섭
애완남 길들이기 외 1편


없으면 생각나고 있으면 귀찮은 애완남, 한 마리 분양받아 길들이기 시작한다

처음부터 좋은 습관을 갖는 것은 어려워 부단히 인내하며 훈련시켜야 한다 부견과 모견의 우수한 혈통을 이어받은 자견이나 잡종이어도 뛰어난 품종일 경우에는 주인의 귀여움을 독차지하며 레이스가 달린 푹신한 침대 위에 올라가 온몸으로 재롱을 부릴 수 있지만, 혈통도 품종도 뛰어나지 않은 것들은 아무리 가르치고 잔소리해도 말을 듣지 않아 배변이나 제대로 하는 것을 다행으로 여겨야 한다

서당 개 삼 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했던가 주인이 밤늦게 귀가하는 날이면 빨래 개고 청소기 돌리고 설거지까지 하는 애완남, 주인이 엉덩이를 두드려주고 뽀뽀까지 해주면 분양받자마자 꼬리를 잘라버린 주인 덕에 살랑살랑 흔들고 싶은 꼬리가 없어 아쉬울 정도, 주인의 품속에서 목덜미를 핥아주면 주인도 함께 뒹굴며 좋아라 난리다

자신의 애완남이 도무지 말을 듣지 않는다며 더 이상 기르고 싶지 않다는 친구를 만났을 때, 애초부터 가능성 있는 품종을 선택했어야지 한마디 하고선 헤어질 수밖에 없었는데, 집에 돌아와 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갖은 아양을 떨며 애교를 부리는 애완남 

이 녀석이라도 없으면 외로워서 어쩐담, 꼭 안아주는 애완남의 털이 부드럽다






그 여자의 섬


꽃보다 꽃꽂이를 좋아했던 그 여자
물 없는 바다에 마른 섬 하나 띄우면
밀물을 부르는 요란한 소리
뿌리 없이 산다는 게 무엇인지 모르는 꽃들이
뒤를 가려주는 풀과 나뭇가지를 배경삼아
물 먹은 언덕에 혈관을 꽂은 채 
서로 의지하며 살아가는 시한부 인생의 천국
입원과 퇴원을 운명으로 여기는 꽃들은 
멀쩡하게 왔다가 병을 얻어나가고
병실을 나간 꽃들의 소식도 들려오지 않아
깨끗하게 정돈된 침대 위에는 
어느새 다른 꽃들이 와서 누워 있곤 했다
태어날 때부터 사람의 손에 재배된 꽃들이
부표처럼 떠있다 사라지는 한순간
아랫도리를 거세당한 목숨들이 끌려와
짙게 화장한 얼굴들을 부비며 웃어주다
시들고 찌든 표정이 되어 돌아간다 
죽음을 대면한 꽃은 언제나 아름다워
온몸 빼곡하게 구멍이 난 섬에서도
빨대를 꽂아 악착같이 물을 빨아 마시는 
저 눈물겨운 투혼
맨발의 여자들이 잠시 서있다 가는 푸른 섬엔
과거도 없고 미래도 없는 오늘의 해만 뜨고 진다

내일은 내일을 사는 자의 몫일뿐이라며
밤에도 눈을 감지 않는 그녀
뿌리가 없는 꽃들은 밤이 더 눈부시다

이종섶∙경남 하동 출생. 2008년 <대전일보> 신춘문예 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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