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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호(2010년 겨울호)/신작시/정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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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영
금이 간 항아리 외 1편
‘쨍’ 하는 군대 간 아들의 비보에
어머니는 깨져 버렸다
딸 넷에 굽이굽이 기다린 아들 하나
오랫동안 익숙하게 닦아
돌려쓰던 웅숭깊은
둥근 일상에 금이 갔다
떫고 푸르딩딩한 것들만
품안으로 찾아드는 실팍한 가슴에는
늘 소금이 뿌려져 있다 맛을 구부려
맛을 내는 짜고 서늘한 세상
곰팡이의 시간들이 둥둥 떠다닌다
이제 어디로도 돌아 갈 신발이 없다
한밤중 천금의 잠이 새어나가고
핏줄 따라 마디마디 환하게 열린
가족의 얼굴도 담을 수 없다
갈라진 틈 훤히 드러낸
깨진 항아리 같은 사람이
거실에 놓여 있다
가을, 깊어만 가는
면역 없어 또 아프다
한 생각 오래 버틴 끝이
자꾸 무너지려 하고 있다
한 잎 두 잎 떨어지다
건듯 부는 바람에도 확
빗물처럼 쏟아버린다
지도와 나침반을 버리고
경계선을 넘는 발자국 소리
나뭇잎 걸어가는 소리
무성영화처럼
검은 옷을 입은 나무들이
상주처럼 나와 있다
흔하게 주고받던 단풍 든 말들의
납작한 주검이
어디론가 떠나고 있다
정해영∙2009년 ≪애지≫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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