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토피아 - (사)문화예술소통연구소
사이트 내 전체검색

수록작품(전체)

제40호(2010년 겨울호)/신작시/설정환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1,875회 작성일 11-05-13 15:07

본문

설정환
앞산 외 1편


우리 사랑은 앞산입니다.
가까이에 두고 부르기도 하는
마을 떠나지 않은 가장 큰 어른입니다.
산이 높거나 낮거나
마을 사람들은 불만 없이, 후회없이
혀로 물 받는 짐승처럼 살았습니다.
그래서 그림자로도 마을을 덮지 않습니다.

겸손한 나무들이 싸우며 살아도
아무도 헤어지거나 소리 내지 않으며
아침마다 정갈히 머리 감은
감나무, 밤나무, 잣나무, 소나무
아카시아, 산목련, 칡넝쿨 같은
얽히며 서로 등이 되어주는 여인입니다.

마을 사람들 앞산 넘어
봄일 가을일 앞에 메고 뒤에 지고이고 갑니다.
머리에 쌀밥 한 솥 이고 새참 나가는 할멈
그해 나리꽃이 되었습니다.
마을 사람들 죽어 하나씩 둘씩
앞산에 절하러 갑니다.
날짐승 길짐승처럼 이승에 집 한 채 얻어
더 깊은 뿌리 되어 살련다고 말하러 갑니다.

앞산 소쩍새 소리에
홀로 남은 빈 집들 뒹굴며
긴 밤잠조차 잃어버립니다.

 

 

 

 



책상


날벌레들이 죽어 있다
관 위에 弔詞라도 쓸 마음으로 앉는다
그의 무덤 위에 소주 같은 언어를 따르고
나의 말과 혼돈의 뿌리 위에 절하고

관 위에 국화
한 송이 내려놓는 마음으로
시를 쓴다
나의 시를 위해
작고 힘없는 것들이
걸레질로 훔쳐지는
몸과 날개의 무덤 위에
시 한 편 쓴다는 것은
얼마나 진지한
무게의 질문이어야 하는가

불 켜 놓고
잠들지 못하는 밤
창에 비친 별 하나
네게 묻는다
이 많은 목숨 위에
흙 한줌 뿌리는 자세로
살아가고 있는가

시는 무덤일 수 있는가
시는 자궁일 수 있는가

설정환∙전북 순창 출생. 2010년 ≪시와사람≫으로 등단. 시집 <나 걸어가고 있다>.

추천9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사)대한노래지도자협회
정종권의마이한반도
시낭송영상
리토피아창작시노래영상
기타영상
영코코
학술연구정보서비스
정기구독
리토피아후원회안내
신인상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