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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호(2010년 겨울호)/신작시/이성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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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2,141회 작성일 11-05-13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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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혜
밑줄 긋기 외 1편


중국 저나라엔 인어 아저씨가 있었는데, 왜 인어 하면  
아가씨만 생각하나, 문화 편식의 결과다

네가 말한다
―편식이라는 거, 매일 아침 거울 보는 것과 같은 거? 
역사박물관에서 중국신화 듣기 전엔 인어 성별 같은 건 생각도 
안 해 봤다, 인어도 이 바다로 저 육지로 교류하고 혼인하며 
글로벌하게 살았으려니 생각했다
   
우주를 생성하고 신들을 창조하고 역사를 관통하는 두개골 속 
상상들, 내해를 배회하다 흘러나왔던 근원으로 돌아가기도 하고
정처 없는 시간과 장소들을 떠돌다, 편서풍에 흐르는 황사처럼
잿빛 기억의 골짜기에 덮여가고 쌓여도 가겠지

백 년 전에도 없었고 백년 후에도 없을 너는,
전·후 사이 밑줄 친 행을 살아가고

잊혀져 생소해진 것 새로워 생소한 것들 사이를 건너는 넌,
나날을 뿌리 찾아 헤매는 고아 같은 間節基





점포 임대


시장통 외진건물 2층을 차지했던 갈·낙·새 집이 사라졌다
갈비 낙지 대하가 야채 속살을 파고드는 고조된 콧소리도
골목을 자박거리며 코끝을 헤집던 탱탱한 식감의
호객행위도 떠났다

학부모 참관 수업시간, 승균이가 장래희망을 발표한다
―남의 식당에서 힘들게 일하시던 부모님이 개업하셨습니다
부모님이 자랑스럽습니다. 공부도 열심히 하고 가게일도 잘 도와
맛있는 갈·낙·새 식당 대를 이어가겠습니다

부부가 한결 같은 손맛과 수줍은 겸손으로 이 년여를 지나가며
그림자 긴 골목은 늘어나는 단골들 발소리로 그늘을 벗어나고 
웃음과 정담이 정오 햇살처럼 번져나는데,

가게 세를 터무니없이 올린다는 소문이 나돌고 두어 달 후,
열두 살 아이 꿈이 아직도 서성이며 머무는 곳에 
건물주가 운영하는 행운 해물찜 간판이 걸렸다 
찾아온 발길들 서운한 입맛 다시며 망설이다 돌아가고
일 년이 못가 멍하게 풀린 유리창에 ‘점포 임대’가
붙 · 어 · 있 · 다

석 달째 


이성혜∙전남 광주 출생. 2010년 ≪시와정신≫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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