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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호 (2010년 겨울호) 미니서사/ 박금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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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아내를 사랑하다.
손끝에 걸렸던 물질은 얄팍한 이불이 전부였다. 몸을 일으켰다. 방 귀퉁이에 웅크린 채 잠자는 물건, 실루엣으로 보아 큰 아이였다. 둘째 아이는 어디에 있나. 눈을 돌렸다. 다른 쪽 귀퉁이에 그 물건이 놓여 있었다. 아내는 보이지 않았다.
마루로 나갔다. 기다란 물건 하나가 여름용 대자리 위에 펼쳐져 있었다. 불을 켰다. 반응이 없었다. 가만히 보니 아내였다. 혹시 죽은 것 아닐까. 어깨를 흔들어 깨우려다 손을 거뒀다. 실제로 죽은 거라면…….
아내를 바라보았다.
남편은 없었다. 아내의 몸을 바라보았다. 이 여자는 남편 없는 것이 불안하지도 않나? 남편을 찾기 시작했다. 서재 문을 열었다. 불을 켜자 가구들이 무너질 것처럼 갑작스럽게 다가왔다. 어둠 속에 있을 것 같았던 남편, 어디로 갔을까. 온 집이 고요했다. 불쑥 무서웠다. 이 집 가장은 도대체 어디로 납치된 걸까. 어떤 영혼이 되어 빠져 나갔을까. 화장실 문을 열었다. 어둠은 어렴풋했다. 불을 켰다. 거울에 불빛이 반사되었다. 남편은 화장실 어둠 속에도 숨어 있지 않았다. ‘이봐, 당신 남편 어디 갔어?’ 아내를 깨워 묻고 싶었다. 두려움이 손길을 가로막았다. 혹시 죽어 가고 있는 것이라면……. 다용도실로 들어갔다. 남편은 옷걸이 뒤에 숨어 있을 것이다. 불을 켰다. 그곳에도 남편은 없었다.
수납장 서랍을 하나씩 열었다. 양말이나 옷핀처럼 남편은 말없이 들어 있을 것이다. 손놀림을 재게 했다. 남편은 서랍 안에 없었다. 침실로 달려가 장롱을 열었다. 남편은 그곳에 없었다. 화분을 들고 받침 접시를 들여다보았다. 남편은 그곳에 없었다. 갑자기 눈물이 났다.
도대체 남편은 어디로 갔을까.
아내에게 다가갔다. 당신, 죽은 거야? 아내의 코밑 인중에 손가락 끝을 댔다. 연한 숨결에서 온기가 느껴졌다. 숨을 쉬는구나. 눈물겨웠다. 손을 거둬 눈을 비볐다. 불현듯 이 여자의 남편이 바로 나라는 사실에 대경했다. 끝없이 생생한 감각. 꿈이길 바랐다. 아내 곁에 누웠다. 아내가 뒤척이다 돌아누웠다. 꿈이 아니었다. 그녀를 뒤에서 가만히, 비눗방울을 들어 올리듯 조심스럽게 안았다. 가슴이 뛰었다. 두려움이 사라지고 잠이 왔다. 나는 알았다. 남편은 아내 곁에 있어야 남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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