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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호(2010년 겨울호)/신작시/강희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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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2,059회 작성일 11-05-13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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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희근
유랑 외 1편


가슴은 끝없이 스산한 가을
마음 붙여 깃들 데 하나 없이
북천 꽃축제 가설무대 언저리까지 흘러왔다
사람은 남보다 하냥 앞서 있다는 마음으로
살지만
내게는 그것이 덫이 되고 스산한 계절, 발끝 돌에 채여
땅바닥까지 넘어지거나
넘어져 일어나지 못하는 때, 저기
가설무대까지 먼저 와 재롱 떠는 각설이패 바라보며
목이 쉬어 음정 더 내려갈 데 없는 갈라진 소리
그 소리에 울먹울먹 섞여든다
지나온 길이 꽃길에 대여 함께 흐늘거리고
아직 반나마 핀 꽃밭이 내일의 하늘
기다리고 있는 것이 그것만으로 다행인데
동동주 한 잔 마시고 메밀묵 한 점 찍으며
저들이 부르는 ‘숨어 우는 바람소리’로 쓸려든다
차라리 몸으로 쓸려 들까 신발 신은 채
원 없이 쓸려 들어가 각설이패나 되고 말까
그렇잖아도 인생은 가설무대 스산한 가을
유랑의 시간이 저만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로 흐르는데……

 

 

 



오늘

 


오늘은 왜 두자미* 생각이 나는가
그가 올라가 시를 지은
그 다락에 올라가 동정호를 바라볼 때보다
더 짙은 그늘 내 이마에 드리워지는데
그가 외로운 배라면
나는 그 배에 오른 사공이라 하겠는데
그런데 나는 어디로 저어갈지 막막한 사공일 뿐
하루가 머얼리 땅으로 내려와 감도는 구름 근처
흐르고 있다
친구는 손 닿지 않는 곳에 있고
나를 생각하는 사람들 뿔뿔이 자기 생각에 젖어
스스로의 배를 띄우거나 어디론가
저어간다
아, 갈 것들은 다 가고 뜰 것들은 다 뜨고
오늘은 왜 지지리 가난했던
지지리 아득했던
그 두자미 생각이 나는가

*두보杜甫(712- 770) : 중국 최고의 시인으로 시성詩聖이라 불렸던 성당盛唐시대의 시인. 본명 두보, 자 자미子美, 호 소릉少陵.


강희근∙경남 산청 출생. 1965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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