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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호(2010년 겨울호)/신작시/송시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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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시월
병실의 레시피 외 1편
밤새 어둠으로 빚은 무쇠솥에다 이미지를 끓인다 관악 연세정형외과 302호 왼팔을 기부스하고 오른 팔엔 무통주사를 꽂고 유리창을 기웃거리는 겨울나무를 토막쳐 넣는다 침대머리에 걸터앉은 딸애의 얼굴에 오버랲 된 긴 생머리 서른 살의 나를 숭덩숭덩 썰어 넣고 어지럽게 널려있는 시향 36호 원고에다 간밤이 쏟아 놓은 별 한 됫박을 버무려 넣는다 내 폴더에서 불러낸 눈물 젖은 대관령 아흔아홉 고개 사리지어 얹은 후 벤쿠버에서 밀려오는 애국가의 금빛 물결 몇 바가지 퍼 넣고 유리창에 금방 떠오른 해를 오려 넣자 보글보글 끓는다 왼 종일 곤 엑기스에 y와 진지하게 통화한 시적 담론으로 간을 맞추고 빛소스 소리소스를 뿌려 마신다 눈을 감는다 전 신경 세포에 쫘-악 퍼지는 햇살, 간호사가 문을 열고 들어온다 “오늘 퇴원하세요”
이슬여자
아침 코자 플러스A* 한 알이
내 심장의 아이콘을 더불클릭한다
모니터에 뜬 숲속 옹달샘하늘에서 솟아난 여자
발 빠르게 산모롱이 돌아가다 거미줄에 걸린다
거미줄이 여자의 얼굴에다 낙서를 한다
이슬이슬이
슬이슬방울 슬슬술술줄줄……
여자의 온몸에 돋아난 이슬방울 줄줄 흐른다
이슬여자를 담은 긴 가방
내순환선에서 외순환선으로 한 백년 돌고 돌아온
지하철 2호선, 신림역에서 쟈크가 열린다
2번 출구로 나오는 마른 우물눈의 키 껑충한 여자
호암산 공제선에 걸린 해와 눈 마주친다
눈앞이 활짝 핀 붉은 꽃밭이다
꽃밭으로 여자가 노을노을 흩어진다
왼 종일 구토를 하며 2호선 지하철이 돌아가고
*혈압 강하제.
송시월∙1997년 ≪시문학≫으로 등단. 시집 '12시간의 성장'. 계간 ≪시향≫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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