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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호(2010년 겨울호)/신작시/김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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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2,141회 작성일 11-05-13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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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
하강 외 1편


유리창을 스치듯
흰 종이 같은 것이 휙 지나갔네
단번에 내리꽂히는
새 울음소리는 얇고 단단해서
하얀 등이 수긋했지

추락이 아니겠지
그는 이 낙법을 선택한 것이겠네
세상 공기의 입자들이 한 번 크게 펄럭인 느낌
붉은 발가락 오그리고
비 쏟아지는데

총 맞은 것처럼
제 몸이 총알인 것처럼
빗금 속에 몸을 섞는 거지
눈 딱 감고 떨어지는 순간이 있는 거지
수직으로 말랐다가 다시 젖는
새의 뾰족한 부리를 생각했네

유리창 안에도
누가 등 떠밀듯이
전속력으로 떨어지는 시간이 있지
접어붙인 날개 같이 어둑한 손이

 헤엄치며 하강하는
그 짧은 사이
벌써 순하게 다 늙어버렸기를
모르는 척 기다리는 거네
저 새





와와위



네 발 달린 물고기라구?  깊은 밤 와와위*가 우는 소리를 듣고 나면 울음소리가 가슴을 파고들어 죽어도 그걸 먹을 수는 없다구? 꼭 아기처럼 울어서 아기고기라구? 상해 가서 밥 먹다가 아기 울음소리 가득한 캄캄한 호수를 업고나온 적 있지

프랑스 조계지 위로 노을이 홍시 같이 붉었는데 임시정부 허름한 골목을 빠져나와 황포강가 식당에서 생선요리를 먹었지 간장소스를 끼얹은 도미인줄 알았지 생선 흰 살을 거의 먹어갈 쯤 옆에 앉은 조선족 안내원이 그랬지 아기고기라고 작은 잔에 담긴 중국술을 자꾸 먹었네 아무리 보아도 발은 없었는데 산에서 호수로 마음을 끌고 내려오며 누가 귓바퀴를 쓸어내리듯 칠흑 같은 수면 위로 아기 우는 소리를 들었지

아기 업듯 울음소리를 업고 나왔지 담 밖을 지나는 고양이 울음이 너무 비슷해 처연했던 밤들 생각 나 황포강 속에 마음이 자꾸 감겼지 와이탄의 도대체 저렇게 화려한 불빛, 바람이 불고 태풍이 올 거라고 했네 상해 와서 하루를 양서류처럼 살았네

*娃娃魚-중국 후난성 호수에 사는 물고기. 낮에는 산으로 올라갔다가 밤에는 호수 밑바닥으로 돌아온다. 발이 있고 비늘이 없고 어떤 것은 백년을 넘게 산다고 한다. 양서류로 본다.  

김윤∙1998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 '지붕 위를 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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