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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호(2010년 겨울호)/신작시/황희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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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1,983회 작성일 11-05-13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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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희순
눈물을 사다 외 1편


맨 처음 너에게 닿았을 때 내 몸은
웃음보 울음보가 빵빵했었다
눈만 마주쳐도 웃음이 흘렀고
이야기 끝엔 눈물이 넘쳤다
그믐밤을 몇 번 뜬눈으로 새운 후로
웃을 일이 울 일이 없어졌다
웃음을 눈물을 한 올씩 뽑아
어둔 네 발밑에 몽땅 뿌렸던 거다
개도 안 물어갈 희망이나 사랑 타령은 이제
그만 하기로 하자
오랫동안 내가 그리워했던 건
달콤한 연애가 아닌
웃다가도 눈물 흘리던 울보 나, 바로 나였던 것
오늘 나는 눈물을 한 상자 샀다
그리운 나에게 돌아가기로 했다
건조증 걸린 눈에 눈물 떨어뜨릴 때마다
그렁그렁 눈시울 적실 수 있겠다
핑계 삼아 울 수 있겠다





금요일과 토요일 사이


은밀한 곳에 연못 하나 만들어 쏘가리, 메기, 붕어, 안국사 처마 끝 청동물고기, 부석사 목어까지 잡아다 풀어놓는 거야. 한 1년 공들이면 손맛 당기지 않을까? 고놈들 통통하게 살 오르면 내 옆구리 살점 미끼로 한 마리씩 낚는 거야. 낚은 건 절대 놓아주지 않아. 미끼에 길든 족속은 결국 미끼에 걸려 죽고 말지. 사랑이라는 미끼에 걸려 나도 지옥을 반 바퀴쯤 돈 적 있어. 알아, 또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거. 청동물고기와 목어가 눈 맞아 연못 가득 새끼를 친다면 더 환상적이겠지? 천방지축 날뛰다 간신히 돋은 날개 부러질라. 바르게 산다고 행복한 건 아니야. 기회는 언제나 사악하고 비겁한 자에게 더 자주, 더 확실하게 찾아온대*. 은밀한 곳에서 찰랑대는 수면, 싱싱한 물고기들, 솟구치는 찌, 생각만 해도 당신 신나지 않아? 절호의 찬스가 올지 모르잖아. 짜릿한 느낌은 짧을수록 좋은 거야.

*최대봉 소설 「연꽃 만나러 가는 바람같이」에서.

황희순∙충북 보은 출생. 1999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 '새가 날아간 자리' 외 2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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