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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호(2010년 겨울호)/신작시/고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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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창영
버자이너버자이너 외 1편
빼앗긴
역사 앞에 빌려줬던
온전히 내 것인 적 없던
그들의
족보에 밀려
정치 구호에 밀려
하나만
둘만
때론 셋부터 혜택을 받게 된
이제는 문 닫아 걸고 싶은
곱고 고운 달마다
서럽게 핏물 고이는
출근길
이별도 그런 생이별이 없어야
눈 뜨고 지 어미 없다고
목을 놓고 우는 데사
말릴 제간이 있어야지
어찌나 어린 것이 구슬픈지
하마 따라 울겠더마
그래도 그것 잠들었을 때
얼른 잰걸음에 나서야지
쪼간한 것이 어찌나 눈치가 빠른지
지 어미 어디 갈 새라 불안혀서
졸졸 강아지맨치로 치마 붙잡고
칭얼대며 쫒아다는 걸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어야
아 잘 때 퍼뜩 서둘러라
오늘도 야근 있냐?
그러게 먹고 살재니 할 수는 없다만
시계도 못 보는 것이
어찌 시간은 용케 잘 맞추는 지
퇴근할 시간 되면
똥 매룬 강아지마냥 문 앞에 가서
자꾸 나가자고 보채야
늦겠다 언능 나서라
밥은 그래도 좀 되게 먹고 나서야지
모든 거이 밥심이제
속이 허해서 일이 된다냐
그나저나 조심혀라
턱하니 애 또 들어서면
어쩌냐 방법이 없어야
고창영∙2001년 ≪예술세계≫ 신인상. 북원문학상 수상. 시집 <힘든 줄 모르고 가는 먼 길>. <뿌리 깊은 느티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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