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토피아 - (사)문화예술소통연구소
사이트 내 전체검색

수록작품(전체)

제40호(2010년 겨울호)/신작시/신동옥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2,999회 작성일 11-05-13 14:51

본문

신동옥
초파일 산책 외 1편


부러진 팔다리를 질척이며 가슴이 파헤쳐진 애인을 들쳐 업었어(헤맸다)
피와 뼈의 창고여, 우리는 어디서 나와 어디로 되돌아가는 것일까?
헤매는 나에게 좀 더 애틋한 귀로歸路는 없는 것일까?

어떻게 어떤 사랑은 일정한 궤도를 벗어나는 일 없이 꼭 맞는 운행 거리 안에 믿음을 부리며 서약을 완수해 나가는 것일까?

떠나간 애인들은 대체로 말이 없었다
떠나간 애인들이 대체로 말이 없었다
떠나기 전에도 그랬고, 떠난 후에도 그런다
불가촉不可觸이다

검게 말라 떨어지는 입술 조각을 고이는 촛농 속에 던져 넣어, 불꽃을 조금 더 뺨 쪽으로 살랐다
언제인가부터 대문을 놔두고 내 집 담을 내가 넘었지 (보란 듯이) 나의 불도장佛跳墻은 밖에 두고 온 증오와 안에 밀쳐둔 무기력을 넘나들며 꼴렸다

―이 공포와 분노와 막막함은 아마도 격세유전 되는 것일까?
―그러고는 죽을 때까지 사라지지 않는 것일지도 몰라.

―내 분노의 몸뚱이는 네 무기력의 몸뚱이를 포기하지 않겠지?
―그러고는 나와 너는 벗어날 수 없는 수치 속에 잠들겠지.








이 땅에 인간으로 태어나 인간의 친절을 인간으로서 인간답게 껴안으며 서서히 짐승이 되어간다는 사실로 스스로를 위로하는 수밖에

―이제 너를 내 뱃속에 묻겠어
―이제 네 피부는 내 감옥이다 (웃음)
―당신의 구두는 안녕하세요? (웃음)
―당신의 물컵은 안녕하세요?

행갈이가 필요 없던 꽃시절 꽃시름의 열 없음이여

세상의 양아치들은 모두 내 집 담을 타넘은 것만 같다

기나긴 초파일 산책이 끝나자
담장 밑은 짓밟힌 꽃사태였다
모가지 꼿꼿 처든 목단牧丹은 곧고도 보드라운 꽃이불 펼쳐 보이고 불두佛頭는 하얗고 어여쁜 아가 이마처럼 부풀어 비릿한 내음 하며

나는 지상의 이슬이 거기서 나와 다시 지상의 먼지를 적시는 거기를 본다
젖은 구두코를 발가벗은 뒤꿈치에 오래 문지른다
이제
들어갈까?

 

 

 

 


왈츠Waltz


증오,
어느 죽은 자의 머리카락이 당신을 무럭무럭

어느 죽은 자의 머리카락이
당신을 친친 하늘 너머로 실어갔다

폴랑폴랑 : 머뭇머뭇 다가서며 스멀스멀 서로에게 번지는 악다구니며
촉각촉각 : 선뜻 다가서지 못하고 멈칫멈칫 조금씩 스며드는 변명이

단 한 발짝의 무용도 안무하지 않았다*

증오, 내게로

몸부림마다 묻어둔 내밀한 문법이여
여태, 나를 이력해 온 조요照耀한

눈먼 믿음의 무릎이여

곡은 무용곡―모든 음악은 무용곡이다*

*제롬 벨Jerome Bel.
*김수영, 「반달」 가운데.

신동옥∙2001년 ≪시와반시≫로 등단. 시집 <악공, 아나키스트 기타>.

추천3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사)대한노래지도자협회
정종권의마이한반도
시낭송영상
리토피아창작시노래영상
기타영상
영코코
학술연구정보서비스
정기구독
리토피아후원회안내
신인상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