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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호(2010년 겨울호)/신작시/박정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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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규
그믐밤 외 1편
그믐밤 배달된 하루치 생명이
낮에는 팔다리를 자르고 밤에는 가슴을 잘라
뒤척이며 토해낸 살비듬을 훔치면서
얕은 강에서도 찢어지는 잉어 떼를 접수한다
전설처럼 울던 바람도 소쩍새 울음소리에
희망의 부레를 뽑아 육질에 약을 바르고
흙빛 밤으로 기록되는 역사에 순종한 어둠은
질감만큼이나 화질 좋은 가면은 없을 것이고
우듬지에 독기 오른 악어 이빨에도
눈물샘에는 용서가 있는 것이리라
억새풀 흔드는 공동묘지 묘비에
자음과 모음이 엇박자로 흩어지는 기록처럼
날아가는 새의 겨드랑이에 비상하는 바람처럼
어쩌면 산등성에 곤두박질하는 노을처럼
아린 밤 우두둑 떨어지던 자투리 같은 눈물이
제자리를 찾아 오를 때
퍼즐 같은 안성맞춤의 새벽이 어둠을 깨운다
陸橋는 도시의 밤을 스크랩하고 있는 중이다
도로 위 황금빛 줄무늬 속도가 도시의 심장에 거미줄을 치고
한낮의 내력들이 갈증을 몰고 제각각 숨바꼭질하는 시간
환하게 그리워지는 삶의 동그라미들이 현기증을 달고 파문한다
不正, 不淨, 不貞, 不政, 不定…… 빛의 파장으로
점령군 마냥 도시의 밤은 희희비비 오래 전 잃어버린 별을 찾아
수 천 수 만의 롱-슛과 만루 홈런으로 밤의 바다에 미끼를 놓았다
正, 淨, 貞, 政, 定…… 소리의 파장으로
찌그러진 간판들이 매달린 육교의 등골에서
미끼로 보채올린 배설물들의 무늬가 하루를 새면
어스름 같은 새벽,
별똥별 닮은 여명 하나 달력에서 솟아나고.
박정규∙2003년 ≪리토피아≫로 등단 시집 <탈춤 추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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