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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호 (2010년 가을호) 신작시/송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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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1,749회 작성일 11-03-18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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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은영
헛것의 시  외 1편


밤하늘에 떠 있는 것이
보름달인가 싶다가
한참 걷다 다시 보면 반달이고
그냥 가다 보면 또 보름달이니
내 눈에 콩깍지가 씌워진 게 틀림없다
변치 않는 마음과 변하는 마음
어떤 마음이 진짜 내 마음인지
구분이 가질 않는다
설레임은 예기치 않은 순간에 오고
안녕의 무게에 당신과 입맞춤 하며
립스틱을 새로 바르기 때문이다
익숙한 것과 낯선 것 사이
얇아질대로 얇아진 나는
싱그럽게 이글거리는
허깨비의 노리개가 되어 초점을 잃는다
아무리 채워도 허해지는
이 요망한 시 때문에

 

 

 


구루가면


주인 없는 개들은 모두 잡혀가고  
백년 전부터 엄마를 찾고 있지만
안개 자욱한 새벽거리 저편으로 사라집니다

당신은 너무 먼 곳에 있는데  
공중전화 부스는 제멋대로 재잘거립니다

먹힌다는 것 죽는다는 것
운명처럼 당연하게 따라와 사람들을 놀래킵니다

나는 단 하나의 가면으로
무심코 이곳에 머물 뿐
겁주거나 괴이한 분장을 즐기는
이상한 사람은 아닙니다

엄마를 일찍 포기한
지린내 나는 성범죄자들이
시시한 양심을 버리기 위해
두 발을 묶는 긴 고무줄에
외마디 비명을 챙겨
번지점프대로 오릅니다

태양신의 기운을 받은 당신이

아무것도 모르는 사이
저마다 상처 입은 가면이
내 얼굴을 스쳐갑니다

가면은 어디에나 있고
무엇이든 할 수 있는 만능열쇠이니까요


*구루가면:아프리카 구루족이 19세기에 사용한 가면.

송은영∙경북 포항 출생. 2007년 ≪시와 상상≫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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