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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호 (2010년 가을호) 신작시/박찬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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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1,928회 작성일 11-03-18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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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세
사랑니 외 1편


누워서 자라는 마음이 누워서 자라는 치아에 대해 말한다
녹는 해안선이 녹는 턱뼈에 대해 말한다
지금, 몰아치는 파도를 통증이라 부르는 이가 있다
누워서 자란 마음이 통증을 타고 표류한다고 기록하는 사람이 있다
표류하는 마음이 직립의 마음을 만나서 잇몸에 대해 말한다
산 위로 떠오르는 태양이 부은 잇몸에 대해 말한다
지금, 나무 위의 흰 새들을 치아라고 말하는 이가 있다
표류하는 마음이 직립의 마음을 만나 산맥을 이룬다고 기록하는 사람이 있다
조각나는 마음이 조각나는 치아에 대해 말한다
깃털을 떨구며 날아오르는 새가 뽑아간 치아에 대해 말한다
지금, 새들의 부리가 모이는 곳에서 바람이 태어난다고 말하는 이가 있다
바람을 만난 새는 날갯짓을 하지 않는다고 기록하는 사람이 있다
드림치과 옆 우체국에 서서 편지를 쓰며
부은 잇몸에 혀끝을 대보곤 편지맛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따듯한 귤


엄마는 바쁩니다
보일러를 켜고 찌개를 끓이다
내가 보일러를 켰던가
보일러를 켜러 갑니다
이가 시려서 귤을 못 먹겠어
난로 위에 귤 하나를 올려놓고
밥상을 차리다 묻습니다
내가 보일러 켰니?
난로 위에서 귤이 타고 있습니다
나는 따듯한 귤을 먹습니다
엄마는 바쁩니다
설거지를 끝내고 보일러를 끕니다
식탁을 닦다가
내가 보일러를 껐던가
보일러를 끄러 갑니다
옷을 갈아입고 운동을 나가다 묻습니다
내가 보일러를 껐니?
엄마 간다
엄마 잘 가 인사를 합니다
2분 뒤에 엄마는 다시 들어올 겁니다
오늘은 냉장고에서 전화벨이 울렸습니다
엄마 진짜 간다
엄마 진짜 잘 가 인사를 합니다

엄마는 깔깔깔 웃으면서 나갑니다
엄마는 자꾸 바빠지고
나는 따듯한 귤을 먹습니다


박찬세∙충남 공주 출생, 2009년 ≪실천문학≫ 신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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