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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호 (2010년 가을호) 신작시/송 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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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2,232회 작성일 11-03-18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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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밝
폭포 거울 외 1편


수많은 물방울 입자들이 흘러내린다
누군가 내 방에 폭포를 걸어두고 갔다
벼랑 끝을 향하여 달음박치던 물의 소리가
조용했던 방 안의 경계를 허문다
거품처럼 일렁이는 물방울들이 한데 모여서
내 방은 하나의 폭포 거울이 된다
떨어지는 물줄기들이 방 안 곳곳에 흘러내리고
바람에 부서지던 햇살이 물의 파편 속에 스민다
쏟아지는 물방울에 내 기억을 비추면
누군가의 눈동자가 폭포 바깥의 시간에서
나를 소묘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빛의 조각들이 헐거워진 기억들을 건드리면
얼지 않는 양수와 닿아있던 시간들이
울음소리처럼 탯줄과 이어져 있다
날마다 바깥으로 풍경들이 쓰러지고
물방울이 번지 기억들이 조각조각
폭포 거울 바깥으로 떨어지고 있다
누가 내 방에 멈춰버린 시간을 걸어두고 갔을까
자꾸만 거울의 안팎이 흔들린다

 

 

 


오피스텔


그의 죽음은
오늘 아침 비로소 발각되었다
며칠 동안 복도까지 새어나왔던
정체 모를 냄새들은
마침내 경비실 직원에게 신고 되었다

캄캄한 시멘트벽에서 탈출한 그의 주검
운구하는 사람들이 코를 움켜쥐는 것으로 보아
그의 죽음은 꽤 오래되었으리라
경비실 앞에서 앰뷸런스가
쉴 새 없이 곡을 하고 있었다
복도를 사이에 두고 벽을 쌓고 사는 사람들
간혹 눈이 마주쳐도 목례 하나 없는,
어쩌다 같은 시간에 엘리베이터에 올라도
뚜벅뚜벅 침묵만 걸어와 동승하는,
저마다 거울 반대편을 바라보며
그곳에 타인이 있음을 감지한다
내뱉는 숨결조차 정지된 공간
문득 한기가 느껴진다
멈췄다 섰다 잠시 문이 열리고
간간이 올라타는 발자국들
다시 문이 닫히면 하강하는 파열음만
차가운 여백을 가까스로 채워 넣는다

그의 쓸쓸한 죽음,
이젠 한줌 흙으로 돌아가는 육체
눈물로 지새운 오랜 세월 앞에서
비로소 깊은 안식에 든 얼굴을 본다


송밝∙2009년 ≪미네르바≫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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