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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호(2010년 가을호) 반수단상/박익흥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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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2,227회 작성일 11-03-25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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泮水斷想 ①
산세베리아와 산호수
박익흥|시인



3년 전쯤, 교감 승진을 축하한다며 부장님들께서 화분 하나를 선물하여 주었습니다. 그 화분에는 ‘산세베리아’가 가득 심어져 있고, 가운데에 ‘산호수’가 소품처럼 모아 심어져 있었습니다. 그 외에도 나의 책상에는 동양란분이 몇 개 놓여 있는데 난분은 거의 보름에 한 번 정도 물을 주면 별로 어려움이 없이 푸름을 감상할 수 있어 좋았습니다.

헌데, 산세베리아와 산호수가 심어진 화분은 화초를 파는 상인商人의 마음에 보기에는 좋게 꾸며져 있었는데 얼마 안 되어 걱정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일상적으로 화분이란 그 화분의 주인을 위해 푸름으로, 또는 피고지는 꽃의 어여쁨으로 봉사하는 것이라 생각해 왔는데 오히려 물을 제때에 주어야 하고 자잘한 손길을 요구하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큰 문제는 역전된 봉사에서 온 것이 아니었습니다. 

‘천년란’이라 불리기도 하는 산세베리아는 아프리카와 인도가 원산으로 고온성 식물이라 물을 그다지 자주 주지 않아도 되는데 반하여 산호수는 우리나라의 제주와 일본 등지에 분포하며, 특히 낮은 지대의 숲이나 골짜기에 나므로 습기를 많이 머금어야 합니다. 이처럼 전혀 다른 성질의 식물을 한 화분에 -단지 보기만을 좋게 하기 위하여- 심어놓은 마음 잃은 상술商術의 손길이 미웠습니다.

어느 날 출근하여 보면 산호수가 목말라 잎새를 늘이고 줄기는 꺾여 있어 가여운 마음에 물을 주면 그 다음 날에는 산세베리아가 뿌리 부분부터 썩어서 물러 넘어져 있었습니다. 각각의 생명마다 이리 다른데 하나의 화분에서 동일한 보살핌으로 대하여서 오는 결과였습니다. 그래서 진작에 교정을 돌며 보아두었던 작은 화분 하나를 구해 둘을 나누어 분갈이를 하였습니다. 얼마나 잘 자라줄 지는 모르지만 물을 주고 정성을 드리며, 그 식물의 성정에 따라 달리 대하고 있습니다.

하물며 사람사事이랴, 생각해 봅니다. 

요즘은 자격증이 만능인 세상으로 우리 교사는 교직에 들어 사람을 키우는 자격을 부여받은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간혹 자격증과는 달리 한 교실에 들은 제자들을 그들의 성정性情과는 상관없이 하나의 가르침으로만 이끌려는 산세베리아와 산호수를 함께 심은 상술商術의 손길처럼 대하지 않았나 반성하여 봅니다. 하여, 돌이켜보며 부끄러운 마음이 물기 잃은 산호수처럼 고개를 떨구게 합니다.

이제는 분갈이한 두 화분에 서로의 때를 맞추어 물을 주렵니다. 그러면 역전된 봉사도 싱그러운 푸름으로 고개를 들어 그 답을 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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