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토피아 - (사)문화예술소통연구소
사이트 내 전체검색

수록작품(전체)

40호 (2010년 겨울호) 권두칼럼 /고명철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1,760회 작성일 11-04-05 14:32

본문

제국諸國의 문학, 문학의 제국諸國
고명철


최근 G20회의가 서울에서 개최되었다. 세계의 주요 현안들을 놓고 20개국 정상들은 열띤 논의를 벌였다. 세계의 평화와 안녕을 위해 G20 정상들은 다양한 의제를 놓고 지혜를 모았다. 다른 한 편에서는 G20회의가 세계의 진정한 평화와 안녕에 이바지하는 게 아니라, 정치경제적 헤게모니를 장악하고 있는 선진국의 이해관계를 더욱 돈독히 하는 데 불과하다는 비판적 성토를 하였다. 신자유주의 질서의 전횡 아래 노동시장의 불안은 더욱 증폭되고 있어 구조조정의 명분으로 비정규직은 지속적으로 양산되고 있으며, 세계 경제의 분업화의 가속도로 인해 외국인 이주노동이 차지하는 비중은 더욱 커지고 있고, 한정된 자원을 둘러싼 자원전쟁이 끊이질 않고 있으며, 세계 경제의 양극화 현상은 날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세계의 평화와 안녕은 요원하기만 한 것처럼 보인다.
여기서 명확히 짚고 넘어갈 것은, G20회의를 비롯한 주요 국제회의는 예외 없이 서구 중심의 이해관계가 관철되는 데 초점이 맞춰진다는 사실이다. 서구를 제외한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의 주요 문제들을 적극적으로 해결하는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 서구 중심의 정치경제적 헤게모니의 관철이 주요한 것이지, 이들이 지닌 과제들을 해결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지 않는다. 아직도 세계는 서구 중심의 정치경제적 헤게모니를 유지·지탱하기 위한 국제질서를 공고히 하고자 한다. 물론, 최근 중국의 급성장으로 인해 더 이상 서구 중심 일변도의 국제질서가 유지되는 게 힘들 것이라는 의견이 제출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가 익히 경험한 바 있듯, 후발 자본주의 국가들은 서구의 오리엔탈리즘을 자기 식으로 전도시킨 나머지 제국주의의 정치경제 논리를 내면화하게 된다는 사실이다. 일본의 경우를 보면 여실히 알 수 있다. 아시아는 20세기 전반기 일본 제국주의의 전도된 오리엔탈리즘에 의해 일본의 식민지 지배를 당하면서 얼마나 심한 식민지의 고통을 앓아왔는가. ‘일본=문명’이라는 제국의 문명일원론은 아시아의 나라를 식민지화함으로써 야만으로부터 문명화의 혜택을 준다는, 이른바 식민지 근대론을 주도 면밀하게 펼쳐오지 않았는가. 서구의 근대를 넘어선다는 명분 아래 얼마나 많은 아시아의 민중들이 일본 제국주의의 정치경제적 야욕을 채우기 위해 희생양으로 동원되었는가. 
그래서 우리는 늘 경계하고 있다. 또 다시 이러한 역사의 비극이 되풀이 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중국의 급성장으로 인해 과거와 같은 군사력을 총동원하여 아시아의 다른 나라를 식민지화할 수는 없되, 중화주의의 기치 아래 과거 일본의 전철을 밟지 않으리란 법이 없다. 
여기서 우리가 오해해서 안 될 것은, 서구 중심의 국제질서를 극복한다는 것이 일본과 중국 중심의 동아시아 패권 장악과는 무관하다는 점이다. 일본과 중국 중심의 패권 장악을 통한 서구의 정치경제적 헤게모니를 극복하자는 것은, 기실 제국帝國의 지배 욕망을 지니고 있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정작 우리가 인류의 평화와 안녕을 위해 절실히 실현되었으면 하는 것은 제국諸國의 실현이다. 세계의 여러 근대 국민국가가 상호 존중하고 서로의 정치경제적 헤게모니를 나눠가짐으로써 제국諸國은 가시화될 터이다. 과연, G20회의와 같은 선진국 중심의 각종 국제기구와 조직들이 이러한 제국諸國을 구현하는 데 노력을 다하고 있을까. 혹시 그들만의 연대와 제휴를 통해 초국가적 제국帝國의 지배를 효율적으로 하고자 하는 것은 아닐까.

이와 같은 현실을 염두에 두면서 ≪리토피아≫는 제국諸國의 시민으로서 삶에 대한 근원적 반성을 향한 문학적 노력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문학이 상상하는 힘은 제국帝國에 균열을 내고 급기야 해체시킴으로써 제국諸國의 관계를 유지하도록 하는 데 있다. 이번 겨울호와 내년 봄호에는 김구용 시인이 오랫동안 추구해온 시 세계를 주목해봄으로써 제국帝國을 넘어서는 문학의 힘을 주목해 보았다. 특히 구용 시인의 곁에서 구용의 삶과 시 세계를 살뜰히 사랑했던 후배 문인의 육성을 통해 구용 시인에 대한 이해의 지평을 넓히고자 하였다. 구용의 시세계를 관통하고 있는 초현실주의적 색채야말로 서구 편향의 초현실주의가 아닌, 아시아의 유儒․불佛․선仙이 자연스레 용해된, 특히 불교적 요소가 혼효된 초현실주의가 지배적이라는 것을 쉽게 간과해서 곤란하다. 계속해서 실릴 구용 시인에 관한 좌담과 비평에 대한 독자들의 일독을 적극 권한다. 
뿐만 아니라 삶과 현실에 대한 치열한 문제의식을 담아내고 있는 신작시와 소설은 이번 호의 풍성한 창작성과를 보여준다. 그리고 매호 날카로우면서도 따뜻한 비평을 보여주고 있는 서평과 계간평을 통해 당대 문학의 동향을 살펴볼 수 있는 즐거움이야말로 ≪리토피아≫를 읽는 맛이다.
날이 갈수록 강퍅해지고 있는 현실에서 ≪리토피아≫는 문학적 상상력이 지닌 창조의 힘을 통해 아름다운 가치를 일상에 뿌리내리기 위한 노력을 아낌없이 쏟을 것이다. 독자와 문단의 사랑과 채찍을 기대해본다. 

2010년 겨울
고명철(문학평론가, 본지 편집위원)

추천8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사)대한노래지도자협회
정종권의마이한반도
시낭송영상
리토피아창작시노래영상
기타영상
영코코
학술연구정보서비스
정기구독
리토피아후원회안내
신인상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