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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호(2010년 가을호)신작단편/연용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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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블루윈드
연용흠
거꾸로 돌리는 시계
이름 모를 풀이 노란 손을 내민다. 사람들이 잘 다니지 않는 아파트 뒤편이다. 특별한 의도 없이 핸드폰으로 십 초쯤 동영상을 찍었다. 집에서 컴퓨터를 열고 확인해보니 애기똥풀이다. 산책할 때마다 매일 그렇게 잠깐 머문 시간을 남겼다. 벌써 18개째. 합친 것이 무려 3분이나 된다. 그것을 시간 순으로 붙여본다. 그랬더니 애기똥풀은 가만히 있지 못하고 꽃대를 이리저리 내고 바람에 움직이며 바삐 자라고 있다.
모든 실체는 참 애매하다. 빠르게 돌린 화상에서 싹이 자라고 줄기를 키우고 마치 동물처럼 꽃대를 밀어 올리는 모양을 보면 그렇다. 이렇게 시간이 더해지거나 빠지거나 하면 삶의 정체는 이상해진다. 기억도 금세 피었다가 사그라진다. 사실도 꿈처럼 애매해진다. 모든 게 그냥 시간의 궤적 같은 것인지 모르겠다. 어제가 오늘이 되고 내일이 과거가 될 수 있는 환상 같은 것.
호두까기인형의 어린 무희舞姬가 빙글빙글 눈앞을 지나간다. 기껏 상상할 수 있는 건 소녀의 깡총거림이나 손동작에 묶인 이미지다. 그것들은 어둠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가 조명 하나로 선명해진다. 그곳에서 당신이라는 사람을 슬그머니 떠올려본다. 환시인 것처럼 컴퓨터 모니터에 떠오른 글자 위로 낯익은 얼굴들이 점점 오버랩된다. 당신은 그 중 하나다. 삶도 존재도 이런 찰나에 물려 어물쩡하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닐까. 그러한 것들은 언제 누군가와 어떻게 만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달에 의해 바다가 움직이는 것처럼 당신에 의해서 내 몸이 출렁거리기에 하는 말이다.
나를 정의하자면 ‘당신이 현저하게 결핍되어 있는 사람’이다. 가능하다면 나는 늘 당신이라는 존재를 끌어들이고 싶어 한다. 내 안에서 나 혹은 당신이 빠져나가면 나는 ‘그’가 된다. 그래서 아마 더욱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와 ‘그’ 사이에 위치한 존재를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지 모르겠다.
귀신을 만났다
그는 PC방에서 고장난 컴퓨터를 수리하고 있는 중이었다. 흐릿한 불빛 아래 몇몇 소년소녀들이 열심히 컴퓨터 자판을 때리고 있었고, 그들의 모니터 안에서는 괴물과 사람이 피투성이가 되어 싸움을 하고 있었다. 지독한 싸움을 시키는 아이들은 아마도 학교를 가지 않았거나 일찍 도망쳐 나온 것이 틀림없는데, 아무도 그들의 일탈을 나무라지 않았다. 죽이고 치고 박고 피 튀기며 총질할 때, 그들의 손가락 끝에서 정말 불꽃이 튀었다.
그때 그는 주머니에서 계속 진동이 일어나고 있는 것도 잊은 채 가까운 거리에서 누군가와 채팅을 하고 있는 여자를 보고 있었다. 그리고 놀랍게도 여자의 손에 쥐어진 부채를 보았는데, 그것은 아주 좋지 않은 일을 기억하게 하는 물건이었다. 일을 하면서 그는 드문드문 그쪽으로 고개를 들었고, 그러는 동안 뜯어놓은 컴퓨터 세 대 중 두 대의 하드를 다시 포맷해버리고, 한 대는 파워 서플라이를 교체하였다. 십자나사를 다 죄고 허리를 편 뒤에 비로소 주머니의 진동을 느꼈다.
“여보세요?”
그는 다른 사람이 방해받지 않도록 톤을 한껏 낮추며 컴퓨터에서 좀 떨어진 창 쪽으로 몸을 기울였다.
“왜 그리 전화 안 받니? 금방 전화 올 거다. 해결해.”
<컴박사네 집> 윤 사장의 말에 의하면, 여러 번 전화가 걸려왔다고 했다. 바이러스가 먹었는지 컴퓨터가 열리긴 해도 제대로 동작을 못한다고, 아주 먹통이 되면 중요한 자료가 다 날아가게 될 텐데 걱정이라고, 와서 좀 해결해달라고, 어떤 여자가 부탁하더라는 것이다.
전화를 끊고 채 5분도 안 되어서 다시 핸드폰을 넣은 그의 주머니가 부르르 떨었다.
“실장님 맞죠?”
“네.”
전화한 목소리는 여자였는데 그와 비슷할 정도의 나이로 느껴졌다.
“제 컴퓨터가요, 이틀 전부터 심각하게 체했거든요.”
여자는 자초지종을 말했다. 그리고 몇 초 안 가서 귀에 들려오는 전화 목소리와 똑같은 외부의 소리를 듣고 그는 핸드폰을 귀에서 떼었다.
“어쩐 일이래?”
여자는 웃으며 전화기 폴더를 닫고 그에게 인사를 한 뒤, “이 문제 빨리 해결할 수 있겠죠?” 하며 PC방에서 그를 데리고 나왔다.
그 여자가 바로 당신이었다. PC방 컴퓨터 앞에 앉아 있다가 컴퓨터 수리기사를 만났고, 그에게 애로사항을 설명한 뒤 함께 그곳을 나와 치킨집과 슈퍼마켓이 있는 골목 쪽으로 한동안 말없이 걸어갔다.
은성아파트 후문 입구에서는 15인승 미니버스가 근처 어린이집에서 쏟아져 나온 아이들을 싣고 있었다. 5분이 채 되지 않은 시간에 당신은 그를 집으로 안내했다. 24평의 공간으로.
현관 앞에서 그는 그림이 무질서하게 벽에 붙어 있는 집안 풍경 때문에 잠시 머리가 혼미했다. 정신이 들자마자 거실 창가에 있는 책상 옆에 서서 컴퓨터의 파워 스위치를 올리고 자판을 두들겼다. 당신이 지켜보는 가운데 프로그램 파일로 들어가 골치 아픈 바이러스 감염원이 될 만한 프로그램과, 내부 설정이 잘못되어 충돌하는 프로그램을 찾아냈다. 그리고 빠른 속도로 그것들을 지워나갔다. 트러블이 모두 바로 잡혔을 때 당신은 매우 신기해서 그렇게 말했다.
“우와, 세상에, 귀신이네. 어떻게 그리 쉽게 찾아내요?”
“프로니까요.”
그는 심드렁하게 대답하면서도 프로라는 말에 침을 꿀꺽 삼키고 호흡을 가다듬었다.
당신은 시험 삼아 리모컨으로 거실의 화면에 ‘흐르는 강물처럼’이라는 영화를 띄웠다. 브레드 피트가 플라이 낚시로 깊은 물속에서 굵직한 송어를 건져 올리는 장면이 나타났다.
“수리비는 직접 주시든가 가게로 나와서 카드로 결재해주시면 됩니다.”
“아, 네.”
당신은 ‘네’라는 말과 함께 말을 뚝, 끊고 베란다로 나갔다. 가게로 가서 주겠다는 말이겠지만 그리 친절한 행동은 아니었다.
불행한 날의 행운
첫날은 그랬고, 다음날은 영상채팅을 위해 카메라를 달아줬으면 좋겠다고 해서 그는 당신의 집을 방문했다. 외눈박이 괴물의 눈 같은 카메라를 컴퓨터 앞에 두 개, 거실에 두 개, 해서 네 개나 달고 네 조각의 화상이 모니터에서 엉키지 않고 잘 보이도록 카메라의 위치와 각도를 조절했다.
“점심인데, 라면 먹을래요?”
“좋아요.”
라면이 끊는 동안 그는 작업을 하면서 내내 망설이다 입을 열었다.
“여성의 나이는 묻는 게 아니라는데, 아주머니 나이가 궁금해요.”
“아주머니? ㅎㅎㅎ, 난 시집 안 간 사람이에요.”
당신은 한참 웃었다. 잠깐 동안 유쾌한 공명음이 방안에서 출렁거렸다.
“어리지요?”
“네. 군대도 아직……. 사흘 후엔 입대하지만.”
“큭, 아직?”
그는 아직이란 말이 걸려서 하던 말을 중단했다. 거실의 풍경부터 예사롭지가 않았다. 구석에 있는 낡은 오르간 위에 산세베리아와 벤자민 화분이 놓여 있고, 그 옆에 청동으로 빚은 토르소와 화구가 있고, 벽에는 여러 장의 그림이 압침에 꽂혀 있었다. 그림들은 하나같이 살아있는 몇 개의 선으로 액자 안에서 꿈틀거리고 있었기 때문에 묘한 느낌을 자아내었다. 성기를 내밀고 침대 위에 반쯤 누워 있는 남자도 있었고, 고개를 숙인 채 무엇에 화들짝 놀란 듯 잔뜩 웅크린 여자도 있었다. 처음부터 그의 신경을 곤두서게 하던 부채는 그리다만, 바닥에 누워 있는, 휘어 갈긴 그림 속의 성기를 슬쩍 가리고 있었다.
당신은 라면에 김치 한 접시를 내어놓고 느릿느릿 젓가락질을 하다가, 그가 라면 그릇을 비우자 일어나 책꽂이에 끼워둔 CD를 꺼냈다.
“들어볼래요? 난 투츠틸레망스의 하모니카 중 이 곡을 특히 좋아해요.”
머리가 하얗게 쇤 외국 남자가 하모니카를 불고 있는 재킷이었다. CD를 물고 들어간 플레이어는 금방 감미로운 곡을 하나 토해냈다. ‘The first time ever I saw your face’라는 곡이라는 말을 듣고 더욱 기분이 좋아진 그는 목에 걸고 있던 16GB짜리 USB메모리를 당신에게 건네주었다.
입대 날짜가 가까워지고 있었으므로 혼자 있으면 하루가 초조했다. 일이 있으면 잠시나마 그런 기분을 잊을 수가 있는데, 배려한다고 윤 사장은 일을 맡기지도 않았다.
“걱정 말고 놀아. 그날 정시에 부대 앞까지 차로 데려다줄 거니까.”
약속은 그렇게 받아냈지만 부모님 모르게 떠날 일이 자꾸 마음을 무겁게 만들었다. 그때 고객의 메신저에 떠 있던 ‘블루윈드’라는 아이디가 생각났다. 그리고 우선 컴퓨터를 연 뒤 쪽지로 당신에게 친구로 등록해주기를 청했다.
마침 당신은 메신저를 켜놓은 상태여서 즉시 회신해 주었다. 행운인지 불운인지 알 수 없었지만 그는 숨을 죽이며 ‘친구등록했어요.’라는 문자가 대화창에서 자라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는 마치 오래전부터 알아온 여자 친구를 만난 것처럼 편안하게 당신과 문자를 주고받기 시작했다.
“어제 끓여주신 라면 정말 맛있었어요. 저는 계란 한 개에 대파 썰어 넣고 화라락 뚝딱 끓인 라면을 음식 중에서 제일 좋아하거든요. 게다가 커피까지…….”
어린애가 이모 같은 사람에게 작업 걸고 있다고 욕을 할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러나 누군가와 말을 하고 싶다는 게 뭐 잘못인가? 그가 느끼기에 당신의 태도는 분에 넘치게 사분거렸다.
“좋았다니 다행.”
한동안 신속히 글자가 오갔다.
백육십 센티 정도의 키에 이백사십 밀리의 발에 호리호리하면서도 엉덩이와 가슴이 탄탄해 보이는 여자를, 머리를 감고 잘 빗으면 목까지 직모를 찰랑거릴 수 있는데다가 오똑한 코와 살집이 적당히 있는 입술과 눈이 살짝 접힌 듯 웃는 얼굴을, 게다가 치아는 교정기를 달고 있어서 그 우아함을 살짝 비틀어놓는 결함도 갖고 있는 여자를 그는 기억에서 불러내었다.
“그림을 그리신다 하셨죠?”
“응.”
“주로 크로키?”
“응. 누드는 정말 너무너무 솔직하거든.”
짧은 인연에 가능한 일들
그는 잠이 오질 않았다. 새벽에 컴퓨터를 켜서 메신저를 여니 조금 후에 당신이 따라 들어왔다.
“밤늦게 계시네요? 메신저를 켜놓고 보니 창문 너머로 님이 보였어요. 카메라를 켜주세요. 제 얼굴 보이나요? 직사각형의 공간에 글자가 총알처럼 들어와 박히는군요. 아, 화면도 올라왔어요.”
“안 잤어?”
“네.”
그가 먼저 마이크를 사용했다. 당신은 눈을 반짝이며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는 앞에 붙은 애기 주먹만 한 화상 카메라 뭉치를 움직여 그가 화면을 잘 볼 수 있도록 오른쪽으로 각도를 조금 틀었다.
“네, 나도 잠이 안 와.”
당신은 입이 찢어지게 하품을 하면서 손가락으로 카메라의 렌즈를 살짝 틀어막았다. 벌건 손가락의 표피가 모니터를 채운 뒤 금세 화상 전체가 컴컴해졌다.
“에이, 가리지 마요.”
띠 동갑을 넘는, 나이가 반 토막밖에 안 될 것 같은 어린 자신이 그렇게 말할 수 있는 것이 신기했다.
“이 카메라, 성능은 좋긴 한데 너무 비싸서 기분 나빠요. 괴물 눈알만 쏙 빼다 놓은 것 같지 않나요? 어제 블루윈드님 방에 카메라 달고 나서 웬일인지 제 것도 달고 싶어졌죠. 이런 시스템만 가지면 방안의 모든 움직임을 다 잡아낼 수 있을 거예요. 음성도 문제없죠? 지금은 님의 숨소리까지 잘 들립니다.”
“다행이에요. 근데, 이 시각에 만나서 우리 뭘 할까? 서로 숨겨놓은 얘기 같은 거나 할까? 군대 갈 사람이 나를 찾는 걸 보면 여자 친구가 없는 것은 확실하고…….”
“네, 맞아요.”
“집에 누구 있어?”
“부모님은 계시지요, 예전 살던 집에. 하지만 전 사장님이랑 원룸에서 살아요. 중3 때 집을 나왔거든요. 온라인 게임으로 아는 형들이 많았는데 누가 윤 사장님 가게로 데려가서 알바를 시켜줬어요. 그때부터 컴퓨터 가게 뒷방에 눌러 앉았죠. 그렇게 살다가 윤 사장님이랑 같이 살게 됐어요.”
“어휴, 이게 무슨 일이래? 아니, 부모님은 코흘리개를 내쫓고 남의 집에서 살게 놔뒀어?”
“말을 안 들으니까요. 통제 불능의 애를 제압하는 방법은 굶기는 거밖에 없다 했어요.”
“그래서 굶었나?”
“전, 그럴 리가 절대 없죠.”
“컴퓨터 땜에?”
“네, 열서너 살 때부터 온라인에서 어른들하고 놀았어요. 사실은 놀은 게 아니고 살아남는 법을 익혔죠. 그래서 이상한 책도 많이 빌려 보고 컴퓨터라면 뭐든 잘해요. 이것저것 읽다 보니 많은 걸 알게 됐어요. 말 안 듣는다고 벌레 보듯 하는 아버지는 컴퓨터가 나쁜 장난감인 줄 알아요. 밥 안 주고 내쫓는다 하시길래 그러시라고, 그래서 정말로 나와 버렸어요. 학교 성적은 괜찮은 편이어서 장학금 받고 다녔죠.”
일이 그렇게 된 것이었다. 당신은 새로 사귄 어린 친구에게 일어나 움직여 보게 했고, 컴퓨터 앞에 있는 카메라를 틀어놓아 방 전체를 보게 했다.
“TV 맞은편 액자 속의 사람은 누구야?”
“어머니. 그 미모의 여자 곁에서 혀를 쭉 빼고 손가락을 흔들고 있는 애가 아홉 살짜리 접니다. 저런 녀석이 중학교 2학년부터 속을 썩였지요.”
“그랬구나.”
“중학교 올라가자마자 유방암으로 돌아가셨어요. 두 번 수술을 했는데, 늦었대요. 열두 살 때였죠. 아버지는 지금 다른 사람과 살아요.”
당신은 그 말을 듣고 한동안 어떤 소리도 내지 않았다. 그는 하지 않아야 할 말을 건넨 게 미안하기도 하고 기분이 씁쓸해져서 두어 번 헛기침을 했다.
“잘 듣고 있어.”
“남녀 사인 불가사의죠. 필이 꽂히면 그런가 봐요. 아버지가 만난 여자는요, 나중에 알게 된 건데, 우리 윤 사장님과 나이가 동갑이래요.”
“난 윤 사장보다 나이가 더 많은데……. 새어머니보다 나이 많은 사람 사귀었다고 하면 놀래겠다. 그렇지?”
“ㅎㅎ.”
“그런데 아버지 몰래 입대하면 섭섭해 하지 않으실까?”
“답답하시겠죠? 말 듣기 싫으면 나가버리라는 말을 했으니……. 개나 돼지에게도 한집에서 밥그릇 비우면 독한 말 안 하잖아요. 부모가 원하는 걸 못하는 자식은 자식 아닌가요? 아버지는 제가 필요 없나 봐요.”
“그렇진 않을 거야.”
“제 컴 실력 궁금하세요? 사장님이랑 둘이 머리 맞대면 뭐든 해내죠. 크흐, 아마 백악관 보안시스템도 허물어버릴 수 있을지 몰라요. 그랬다간 아마 CIA 요원이 찾아와 빵, 하고 머리에 구멍을 내겠지만.”
“정말 대단하다. 그런데 아, 시간은 없고……. 이제부터 우리가 뭘 가장 기분 좋게 할 수 있을까?”
“글쎄요, 컴퓨터가 말짱했으면 우린 낯선 사람 가운데 하나였을 거예요. 아니 그보다 그날 그 부채가 아니었으면 우리가 어떻게 되었을지 모를 거예요. 생각해보면 사람을 알게 된다는 게 참 재밌어요. 세상에는 희한한 일 많잖아요.”
“부채?”
당신은 부채란 말에 약간 반응을 보였다. 전혀 의식하지 않았던 일이었기 때문에 그랬을 것이었다. 맞다. 당신을 만난 날은 그 부채부터 기억해야 했던 것이다.
윤 사장한테 전화를 받고, 게임방에서 파워가 고장이 난 컴퓨터를 수리한 뒤 바이러스를 잡고 있을 때 하필 그 많은 자리를 마다하고 굳이 컴컴한, 구석진 옆자리로 왔는지 그는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왜 그랬을까? 숨기 좋아하는 버릇 때문이라면 반대쪽 구석이 더 후미지고 비어 있었을 텐데. 물론 그 전화 한통으로 충분했다. 당신의 집 컴퓨터가 고장이며 그것을 수리하게 된 것은, 그러나 그보다 호기심을 갖게 한 것은 당신이 오른손으로 쥐고 있던 접는 부채 아바니코* 때문이었다.*
그는 그것을 어디서 만드는지 잘 알고 있었다. 틀림없이 부챗살을 감싼 바깥쪽 대 밑에 작가의 서명이 들어가 있을 것이다. 당신이 그걸 직접 샀다면 말이다. 당신은 스페인의 산타크루즈 지구에서 세비야 카테드랄 가는 방향의 큰 길인 메테오스 가고스 거리(Calle Mateos Gagos)를 걸었을 것이다. 아마 10번지쯤에 가서 카테드랄 바로 앞을 서성거렸을 테지. 주변에 부채랑 다른 잡다한 걸 같이 파는 기념품 가게들이 많은데, 호기심이 나서 그 중 ‘엘 아줄레조’ 상점을 들어갔을 것이고. 그 유리 진열대에 올려진 아바니코들을 보고 놀라지 않았을까? 그리고 눈요기를 하러 갔었다 해도 당신은 순순히 지갑을 열었을 것이다.
“제가 지난 봄 거기로 배낭여행을 갔다 왔거든요. 검은 실크로 감싼, 상아조각 무늬를 한 비싼 걸로 하나 사 갖고 와서, 밝힐 순 없지만 누굴 주었죠. 제가 누구에게 준 것과 비슷한 아바니코를 블루윈드님이 손에 쥐고 있는 것을 봤던 거죠.”
“아, 그랬나?”
“통화하기 전에 블루윈드님은 핸드폰을 곁에 두고 두 손으로 컴퓨터 버튼을 누르면서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려, 컴퓨터를 수리하고 있는 저를 힐끔힐끔 바라보았죠. 양키즈 야구선수들이 즐겨 쓰는 모자를 눌러 쓰고, 긴 머리 사이로 내민 한 쪽 귀엔 MP3 음악을 듣느라 이어폰을 꽂고 나머지 한 쪽은 어깨에 흘러내리게 놔둔 채 채팅을 하고 있었어요. 혹시 힐끗 바라보았다 해도 기억하진 못하실 겁니다. 마침 귀에 꽂지 않은 한 쪽 이어폰에서 샘 브라운이 부른 ‘Stop'이라는 음악이 흘러나왔지요, 그때 차양의 그늘 속에 가려진 눈으로 틀림없이 제 쪽을 얼른 훔쳐보았어요. 저도 분명히 님을 봤죠. 순간, 허리를 비트는 듯한 노래가 몸을 흠칫, 건드리며 지나갔어요. 제 기억으로 그때 님은 자판 위에 있던 왼손을 움직여서 아바니코를 쥐고는 한 차례 차르르, 펼쳤을 겁니다. 게다가 조금 후엔 부채 끝을 손가락으로 만지기까지 했죠. 아마 무의식적인 행동이었을 거라고 짐작했어요.
한편으로는 그런 고급 아바니코를 가진 사람이 유럽의 풍습을 모를 리가 없다고 생각했지요. 한때 귀한 신분의 여자들이 부채를 가지고 자기 마음을 드러내던 로맨틱한 시절이 있었다는 것 말이죠. 그 무언의 말을 해석하자면 님이 부채의 끝을 만진 건 틀림없이, ‘I wish to speak with you’라는 의미인데. 정말 그런 생각을 하신 건 아니겠죠?
바이러스를 잡는데 필요한 시간은 7분. 진행 시간을 알려주는 막대기 하나가 7분을 잘라먹으며 자꾸 자라고 있는 동안 다시 자판을 두드리기 위해 님은 부채를 내려놓았죠. 그리고 빠르게 날리던 문자 채팅을 끝내고 오른손에 든 마우스가 어떤 사이트로 들어가 지도를 끄집어냈는데, 그곳에서 한동안 머물다가 당신은 병원이 있는 곳을 찾았어요. 그리고 한동안 지도의 중앙에 있는 무슨 ‘동물병원’이란 글자 위에 커서가 머물고 있었구요. 가는 길을 찾나, 애완동물이 아픈가보다, 했죠. 곧 이어 그게 아니고 어떤 집에서 페르시안 고양이 새끼를 분양해 준다는 걸 얻어올까 말까 하다가 그냥 둔다는 걸 알았죠. 그 길로 당신은 홈 쇼핑에 들어가 회색 원피스 한 벌과 레드 와인 두 병을 골랐어요. 제 기억이 맞을 겁니다.”
“놀랍다. 사소한 것까지 전혀 놓치는 법이 없네. 그런데 그 비싼 부채는 누구에게 줬어?”
“지금은 절 기억하지 않는 여자한테요. 그 여자는 아마 중국에서 어떤 남자랑 놀고 있을 거예요. 큰 회사 경리였는데, 자기 상사와 출장 가는데 동행해야 한다고 하더니 그담부터 소식을 끊었어요. 한 달 동안 소식이 없길래 전화번호를 확, 지워버렸죠. 변심한 사람 기억해서 뭣해요? 120유로나 주고 산 것인데……, 미련 없어요. 덕분에 귀한 걸, 내려놓기 힘든 걸 버리는 연습 한번 했죠.”
밤이 깊도록 그는 당신에게 끊임없이 종알거렸다. 화상 속에서 당신은 유쾌하게 그는 심각하게 이야기를 이어갔다.
별자리 찾아내기
이제 하루가 남아 있었다. 시간이 짧아지자 그의 마음이 더욱 초조해졌다. 시간이 빨리 가서 그런 게 아니라 너무 느리게 흘러가서 그랬다.
컴퓨터를 열자마자 당신은 거기에 있었다. 특별 이벤트를 마련해주고 싶다며 문자를 날려왔다.
“주문한 물건이 둘 다 벌써 도착했어. 아주 맘에 들어. 우선 얼른 새 원피스 한번 입어볼까? 있다 이리 오면 술도 한잔 주고 춤도 춰줄게.”
“와인을 마시고 부채춤을 보면 기막힌 밤이 되겠네요. 안주는 뭘 사 갈까요? 저 술은 많이 못해요. 같이 마시려면 좀 답답할 걸요?”
당신은 조용히 재빨리 일어서서 옷을 갈아입었다. 카메라의 화상에서 잠깐 사라졌던 전신에 회색 니트를 휘감은 당신이 나타났다.
“아, 옷이 잘 맞는군요. 애들처럼 수줍어하시긴. 손 좀 치우세요.”
당신은 손으로 카메라 하나를 가려버렸다. 그는 얼른 Ctrl 키와 B라는 글자의 키를 눌러, 갑자기 지워진 그림을 다시 띄우고 화면을 점점 확대시켜 당신의 얼굴을 선명히 보이게 했다.
“아무리 꽉 막아도 저는 볼 수 있어요. 컴 왕이니까요. 마음만 먹는다면 지문도 카피해서 은밀한 폐쇄공간까지 출입할 수 있죠.”
“허걱! 그런 무시무시한 일도 해?”
“ㅋㅋ, 물론 남이 원치 않는 일을 해선 안 되겠죠? 그런 일은 할 수 있다 해도 절대 안 해요. 다시 Enter를 눌러 지난 화면을 살펴볼까요? 지금 님의 몸이 원피스에 반쯤 들어가 있네요.”
“놀라워.”
그는 회색 니트를 휘감은 몸을 보고 당황했다. 자신의 어느 구석에선가 성욕이 약간 삐져나왔다. 벽시계를 올려보았다. 저녁 6시에 만나기로 했는데 약속한 시간이 매우 느리게 흘러가는 느낌이었다. 시계상자 안에서 튕겨 나온 초침 소리가 매 순간마다 방안을 팽팽한 긴장감으로 가득 채우고 있었다.
누가 총에 맞은 걸까
304호 현관문을 열었을 때 당신은 게임 중이었다. 혼자 게임에 응할 수 있도록 되어있는, 그가 아는 전투 프로그램이었다. 아군은 목적지를 선택하여 얼룩무늬 군인들을 쫓게 되어 있다. 장애물 뒤에서 총을 쏘는 적들을 하나씩 제거하면서 목적지를 향해 접근하는 일이다. 그가 가장 자신 있는 게임 중 하나인데, 일정한 고배당의 점수를 얻어내는 순간 보너스 인물을 준다. 탄탄한 근육을 가진 남자나 향기 나는 머릿결을 곱게 빗고 어린 신부처럼 앉아 눈빛을 빛내는 여자를 얻을 수 있는 찬스다.
“스테이지 나인을 통과하면…….”
“평화모드?”
당신의 손에 들려 있던 마우스가 그에게 이동했다. 그는 왼쪽 버튼을 7번 빠르게 두드리고 난 후 총성을 기다렸고 두 번의 호흡을 참은 뒤에 오른쪽 참호에서 빠져나와 달리며 적이 숨어 있는 창틈으로 총알을 날렸다. 그 결과 적은 사살로 처리되고 십만의 점수가 계수판에 올라갔다. 그는 화면이 감미로운 음악과 함께 평화모드로 뒤바뀌는 것을 보았다.
평화모드에서 유저는 마음에 드는 인물을 선택할 수 있다. 어떠한 타입을 원하는가. 적어도 이 게임의 프로그래머는 승리자의 취향을 배려할 줄 알았다. 그는 두 번째 가면의 여인을 클릭했다. 그녀가 제일 스마트했다. 여인이 아군을 침실로 안내했다. 잠시 후, 여인은 커서의 움직임에 따라 조금씩 옷을 벗더니 결국 알몸이 되어주었다. 다음 스테이지의 전투에서 함께 적을 향해 총알을 퍼부을 수가 있도록 준비된 이 여인은 가상의 섹스 상대였던 것이다. 그는 잡고 있던 마우스를 내려놓고 의자에서 일어섰다. 화면이 민망스러워서 바라볼 수가 없었다. 혼자 하는 게임 상에서는 쉬운 일이 당신 앞에서는 그랬다.
“난 모델이 없을 때, 저 벗은 여인들을 그려. 1분씩 보여주는 다섯 개의 이미지가 그럴 듯해.”
당신은 매우 흡족한 표정을 짓고 웬 상자를 들고 오며 말했다. 상자에는 가면이 여럿 들어 있었다. 그것을 쓰고 거울을 보니 얼굴을 반만 덮고 커다란 테가 있는, 위에 붉은 깃털이 올라앉은 방금 본 모양이었다.
“저거 보고 만들었어. 멋있지?”
“네.”
그는 전투의 승리자에게 주어지는 선택된 인물이 된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가 여러 가지 가면을 써보고 있을 때, 당신은 거실과 주방을 오가며 라면보다 더 맛있는 참돔구이와 값비싸 보이는 포도주와 샐러드가 마련된 근사한 저녁식탁을 마련했다. 준비하는 동안 빔 프로젝터가 한쪽 벽 가득히 이상한 화면을, 보너스로 받은 스마트한 여자가 아직도 다리를 구부려 시커먼 거웃을 드러내고 있는 영상을 계속 내쏘고 있었다. 그는 화면을 바꿔버렸다.
이번에는 방안의 모든 움직임을 카메라가 잡아내었다. 거실의 대형 스크린 위에 당신과 그 두 사람이 나타났다. 그는 당신이 부어주는 술을 홀짝홀짝 마시고 있었다. 당신의 손은 식탁을 건너와 아직 짧지 않은 그의 머리카락을 곁에서 천천히 쓸어내렸고, 웬일인지 모르게 그는 한동안 반복되는 동작을 허용하고 있었다.
“소주는 얼김에 몇 번 마셔본 적 있지만 이렇게 순하게 받는 술은 처음이에요.”
‘그리 순하진 않을 걸?’이라고 당신이 말했던가. 말이 잠깐 흐려지는 것을 그는 느꼈다. 벽시계의 시침과 분침이 일곱 시를 가리키자 발소리가 났고, 이어 현관의 벨이 울렸다.
“어서 들어와요.”
그는 깜짝 놀랐다. 중년 남자 둘과 젊은 여자였는데, 여자는 큰 가방을 들었고 퍼머넌트를 한 머리를 밴드로 묶고 선글라스를 쓰고 있었지만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끔찍한 공허감을 남기고 떠난 여자. 그 순간 총알이 가슴을 뻥, 뚫고 지나갔다. 그러나 그는 자신이 가면을 쓰고 있다는 것을 잊지 않았고, 잠깐 미간을 찌푸린 것조차 들키지 않을 만큼 침착했다.
그들은 서로 익숙한 듯 들어오자마자 포옹을 나눈 뒤 상자에서 가면을 골랐다. 잠시 후 모두 가면을 썼는데, 맨 얼굴인 것은 그녀뿐이었다.
“이쪽은 나랑 그림 공부하는 친구들이고 이쪽은 모델, 여기는 컴 선생님.”
남자는 당신의 친구라고 했지만 제자들 같았고, 여자는 분명 몇 달 전 그가 핸드폰에서 지워버린 은경이었다. 그녀가 이렇게 나타난 것이었다. 그는 그들에게 ‘컴 선생님’으로 소개되었으므로 고개만 약간 숙이는 것으로 인사를 마무리했다.
“이거.”
당신은 부채를 들고 있었다.
“아, 여기 있네. 잊어버린 줄 알고 얼마나 속상했는지 몰라요.”
당신은 검은 빛 아바니코를 그녀에게 돌려주면서 무엇인가를 말하려는 듯이 그를 힐끗 바라보았다. 그는 끝내 모른 체했다.
은경은 아바니코를 가방에 넣고 거기에서 커다란 타올을 꺼내었다. 두 남자는 조명 스탠드를 켜서 약간 어둑한 실내의 빛이 그녀에게 집중되게 한 뒤 식탁을 치우고 종이를 펼쳤다.
그는 당신이 내미는 한 묶음의 종이와 먹과 붓 한 자루를 받아 쥐고 숨이 멎을 듯했다. 감정을 누르며 은경이 CD를 꺼내 플레이어에 집어넣고 옷을 벗기 시작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음악은 첼로로 연주된 조곡이었다. 음악에 젖은 몸이 카펫 위에서 자벌레처럼 둥글게 말렸다. 곡이 바뀔 때마다 자세를 조금 바꾸고 허리를 약간 비틀었다. 한껏 내민 가슴에 그의 시선이 쌓였다. 그녀의 왼손은 머리카락을 틀어쥘 듯 젖가슴을 슬쩍 가리고 오른손은 탄탄한 엉덩이와 허벅지를 향해 무방비로 늘어뜨렸으며 시선은 45도쯤 들려 허공을 따라가고 있었다. 거의 1분에서 3분짜리 동작이었지만 각기 다른 움직임이 짧게만 느껴졌다.
“배꼽은 발목에서 올라오는 힘을 쪽, 빨아들이게 해봐 핀에 꽂힌 나비가 더 살아 있는 듯 보이는 것처럼, 알지? 선이 더 가볍게 움직이면 좋겠어.”
당신은 드문드문 두 남자와 그의 손놀림을 수정했다. 당신의 목소리는 조금 전 식탁에서 그의 머리를 쓸어주던 손길과도 너무도 흡사했다. 그의 벗은 몸을 당신이 어루만지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는 붓을 잔뜩 움켜쥔 손가락의 힘을 덜어내었다. 붓의 솔기가 은경의 몸 위로 슬며시 움직여서 사내의 체모처럼 자꾸만 빳빳해지고 예민해졌다. 그녀는 굳은 표정을 버리고 가면 속에 숨긴 눈길을 받으며 몸의 동선에 가벼움을 뒤섞고 있었다.
가끔 병든 노인을 안아주러 다닌다고 말했던, 부드러운 어깨를 가진, 음부가 다 보여도 부끄럽지 않을, 여백이 꿈틀거리는, 저 그림 속 벌거벗은 여자. 그가 은경의 알몸을 본 것은 그때 처음이었다.
에필로그
이젠 어떤 이야기도 싱겁다. 늑대인간, 에일리언, 좀비가 등장하고 예측불허의 판타지, 눈뜨고 보기 힘든 사건이 판을 치는 세상에 무슨 이야기로 재미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그래서 좀 더 가깝게 이야기가 전달될 수 있도록 당신이 무조건 등장하는 이야기를 준비했다. 우리의 주인공은 그나 그녀보다 당신이 훨씬 어울린다. 세상에서 제일 귀한 사람이 내가 현재 대면하고 있는 바로 당신이라는 존재 아닌가. 당신은 독자일 수도 있겠지만 나와 가장 밀접히 대면하고 있는 사람인 그대이기도 하고 친구 혹은 어머니이기도 하겠지만, 정확히는 이 소설의 반영자이고 시점자일 것이다.
나는 사람들의 호기심을 건드려 이야기를 여기까지 끌고 왔지만 당신을 이상한 장면 속으로 빠뜨릴 마음이 전혀 없다. 푸른 기운을 가진 여자가 헤프게 몸을 여는 것은 못마땅해 보인다. 좋은 이미지를 가진 여자가 빈터에 트럭을 세워 놓고 팔아치우는 성인용 인형 같은 꼴이 되어가는 건 너무 부당하지 않겠는가. 그래서 이 서사의 내용과 결말을 노골적으로 사실과 무관한 쪽으로 드러내고 만 것이다.
독자여, 플롯에 대한 그대의 믿음을 허물어버려서 미안하다. 아주 조금이라도 그 배신감의 뒷맛을 기대해서다. 또한 쓸데없는 횡포에도 불구하고 순순히 이야기 흐름을 따라와 준 것이 고맙다.
스토리 진행상 아무튼 한 여자는 끝까지 그렇게 옷을 벗고 있어야 한다. 심술궂은 이 소설가는 서사 안에서 신과 같이 시간을 정지시키거나 없애버릴 권능이 있다. 그래도 주인공인 당신은 그가 어릴 때 잃어버린 모성(母性)을 대신하는, 꽤 괜찮아 보이는 인물이다. 자, 소설이 끝났으니 이제 당신과도 작별해야겠다. 바이.
연용흠∙대전 출생. 1983년 <중앙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창작집 '그리하여 추장은 죽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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