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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호(2010년 가을호) 미니서사/박금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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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2,047회 작성일 11-03-18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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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발 남자 미용실


미용실에서 한 청년이 머리를 주문한다. “스크레치 하나 해주세요.” 새치를 염색하던 남자가 청년을 바라본다. 스킨헤드에서 3밀리미터 정도로 균등하게 자란 헤어스타일. 미용사가 거기에 바리캉을 댄다. 청년 머리에 희끔한 횡단선이 그어진다. 남자는 속으로 웃는다. 두개골이 갈라질 정도로 크게 웃는다. 금은 꼭 도끼 자국 같다. 상상 속에서 머리가 열린다. 대화가 들려온다. 청년의 말. “며칠 있다가 군대 가요.” 미용사가 거울로 청년을 바라본다. 눈으로 위로한다.

청년이 앉았던 자리에 소녀가 앉는다. 명랑하게 말한다. “잘라 주세요.” 머리카락은 허리까지 내려온다. 미용사가 가위를 들고 길이를 묻는다. 소녀가 말한다. “머리카락이 얼마나 많이 빠지는지 샤워할 때 수챗구멍이 막혀요. 제가 항암제를 먹거든요.” 소녀는 명랑하다. 남자는 두개골이 쩍 갈라지는 충격을 받는다. 미용사가 말한다. 머리카락이 어깨에 닿으면 뻗쳐서 불편할 거니까 약간 더 짧은 것이 좋아. 왜 아프고 그러니. 

젊음은 유치하거나 서글프다. 남자는 소녀가 앉았던 자리로 옮겨 앉는다. 미용사에게 염색을 다시 주문한다. 흰색으로 바꿔주세요. 미용사가 염색을 준비한다. 암갈색으로 물들던 머리카락을 씻어내고 탈색 약을 바른다. 남자는 상상에 빠진다. 입대하는 청년과 암 환자 소녀. 맹렬히 사랑한다. 둘은 성교한다. 신음……. 죽어가는 것들이 소리를 낸다. 삶이란 얼마나 고요한 것이었던가. 

백발 남자가 미용실을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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