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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호(2010년 가을호)신작시/강우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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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우식
꽃나무들의 전쟁 외 1편
가을이면 단풍들이
남침을 한다.
한 발의 총성도 없이
산야는 핏빛 무혈혁명이다.
고속도로는 어디든지
피란민 같은 행렬들로
만원사례다.
지금 한반도는
백두에서 한라까지
단풍 물드느라
이데올로기도 없는
전쟁 중이다.
가을 단풍은
이데올로기에 갇힌
북한 동포처럼
얼굴 붉히며 처연타.
봄이면
산야에 꽃불 번지듯
진달래꽃들이
최남단 마라도에서 압록까지
북침을 한다.
죽창도 최루탄도 없이
보수논객도 좌빨도 없이
떼 지어 북진하는 점령군이다.
산야는
담벼락에 붙은 포스터처럼
선전선동으로
진달래 꽃물 들어
온통 울긋불긋하다.
마치 축제의 현수막 같다.
철따라 벌이는
꽃나무들의 전쟁은
동족상쟁의 처절함이 없다.
아, 아∼ 감탄사가 저절로 터지도록
꽃피고 물들어서
그저 아름답기만 하다.
사람 심리
1.
한 잎 지니
다른 나무들도
유행처럼
우수수
낙엽진다.
아침마다 씩씩하게
칫솔질하며
일생을
내 곁에서 멀쩡히
잘 살고 있는
여자,
나도 덩달아
갑자기
떠나고 싶어진다.
2.
가을이면
안 떨어지려는
여자들
차갑게!
강우식∙강원도 주문진 출생. 1966년 ≪현대문학≫으로 등단. <강우식시전집>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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