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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호 (2010년 가을호) 신작시/이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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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선
유월이라 했다 외 1편
온통 아가미로 덮여 있었다
녹색 별빛이 캄캄한 물속을 지나가고
어디서 코고는 소리 들렸고
목울대 길어진다 자꾸 납작해진다
물결을 타고 아래로 아래로
모래알보다 가늘고 조그만 알맹이가 되었다
바늘구멍만한 입을 처음 가졌다
더운 회오리 같은 손아귀가 모래알 몸을 지나가고
미끄러운 발길로 아침이 오고
양젖이 풀어진 듯 몸뚱이 뿌옇게 펼쳐져
산호초 숲을 쓰다듬는 물결 따라 떠돌았다
저녁이 오면 코와 귀를 찾아보고
몸에 박힌 흰 점들을 들여다보고
어디서 아우성소리 들렸다 물살이 솟구치고
은비늘 켜켜로 몸에 돋아 있고
달큰한 망고즙 풀린 물결이 밀려왔다
나는 희미해지고 코 꿰어 끌려가고
내 살을 발라 누군가가 오물거렸다
해안가 유도화가 만발하고 유월이라 했다
모래 속의 모래알 같이 출렁이는 물결 같이
나는 망고나무 아래
石工 얼굴을 하고 저녁이
물은 여전히 흘러왔다 망치를 든 석공이 더 말하라고 다그친다 뜨거워요 발 속까지 어둠이 쌓였어요 밝은 물을 주세요 반 년치 태양이 한꺼번에 지나갔어요 또 거짓말 할래? 이실직고하거라 쇠망치로 살을 한 점씩 피도 없이 찍어내며 다그친다
이태선∙1998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 <눈사람이 눈사람이 되는 동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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