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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호 (2010년 가을호) 신작시/우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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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대식
추방 외 1편
―寂寞同病客 정병근 시인께
처참한 사람들
레미제라블
꼭 기다려줘
맑은 겨울날 낮달이 뜨면 잊지 않고 찾아갈 거야
콧바람을 흥흥 불어대는 당나귀의 허밍을 들을 거야
그때 우리는 국경 넘어 눈길을 걸어가자
낡은 신발은 젖어 발이 부르트겠지
괜찮아
죽음이란 늘 평균율로 우리를 위협하지
지금 우리는 죽지 않고 살아있지
괜찮아
우리는 맹목의 종언終焉을 맞이하겠지
기다려달라는 말, 조금은 촌스럽지
그만큼 사랑한다는 말
눈길을 걷다보면 연기가 오르는 집이 한 채 보일 거야
감자를 쪄서 나누자
너에게 보랏빛 모자를 씌워주겠다
눈물의 무늬로 짠 숄을 어깨에 걸쳐주겠다
고향으로 돌아갈 수 없는 사람들
레미제라블
입김을 후후 불어대며 부르는 노래,
여자였으며 남자였던 그대의 노래 소리를
오래도록 듣겠다
땅
땅 참 좋다
오줌도 똥도 다 없어진다
사람도 땅에 누우면 사라진다
땅은 미래도 녹인다
땅은 부처도 녹인다
땅 깊은 속에는
불이 끓고 있다
끓는 불 속으로 손을 쑥 집어넣어 본다
그 안에 똥도 오줌도 사람도
딱딱한 별이 되어
하늘에 걸려 있다
많은 별들이다
땅은 지상의 쓰레기를 모아
별을 만들고 있다
우대식∙1965 강원도 원주 생. 1999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 <늙은 의자에 앉아 바다를 보다>, <단검>. 산문집 <죽은 시인들의 사회>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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