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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호(2010년 가을호) 신작시/ 한창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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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옥
방향지시등 외 1편
검은 피부의 섹슈얼도 ‘안마그렛’의 웨이브 머릿결도
타인의 멋은 보이지 않았다
하이힐 톡톡 튀기며 흥을 안겨주는 시인의 토끼춤도
김추자의 ‘님은 먼 곳에’로 허공을 치는 열창에도
그 귀한 결정체들이 내 눈에는 보이지 않았다
예측 못한 속도로 휙휙 돌아가는 바람의 꽁무니만 따르다가 꽈당! 부딪치고 나서야 좌우를 살피게 되었다 한때 콩깍지 눈에 끼고 가슴 뻐근토록 휘달렸지만 더듬어가야 할 눈이 뜨였다
하얀 피부의 생머리라 해도 젊음의 발아도
소중한 것은 한수 접은 사각지대에 있다는 것.
이탈離脫
잔잔히 밀어도 될 것을
가는 발길 되돌리지 못함도
영하 13도 수은주의 뺨으로 흐르는
뜨거운 그것이었지
내 안에서 함부로 잘라내는 인연이라면 믿음의 쇠락은 무서움일지도 몰라 만물의 빛 바램은 자연현상이지만 햇볕을 더 달라거나 비를 멈추게 할 순 없어 미세한 세포까지 길들여진 처음 그것처럼 조율되지 않는 생존의 각도를 예약하고 온몸 흔들어보는 거야 입술에 경련이 나도록
어리석은 탕아처럼 바람의 알레르기를 일으켜봐
아니! 어울리지 않는 그런 짓은 너무 슬퍼
되돌리지 않는 메아리의 숨죽임도
떠날 때 공허함 다가올 땐 모르지
말없이 왔다 가고 다시 오는 모든,
한창옥∙2000년 ≪시현실≫로 등단. 시집 <바람에게 물어나 보게>, <마랑골의 가랑잎>, <물빛 그림자는 혼자서 운다>, <꽃잎 발자국은 푸르다>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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