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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호 (2010년 가을호) 신작시/권성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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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1,958회 작성일 11-03-18 15:43

본문

 

 

권성훈
파리 외 1편


한 여름 구둣방
검게 그을린 손발이 닳도록 고해를 한다.
윙윙 돌아가는 찢어진 선풍기 날개 사이로
푹푹 찌는 땡볕을 닦는다.
지난 발자국이 새겼던 기록을 지우리라
내려앉은 그림자의 광택을 위해
땀방울 흘리며 차례를 기다리는 구두코들
일렬로 냄새나는 가죽의 음부를 벌름거리며 쏘아 본다.
업業 많던 계곡을 건너온 바람의 문신
낡아진 굽과 갈라진 전창에 점액처럼 붙어있다
가슴에 난 솜털로 빌면 빌수록
툭툭 떨어지는 길 위 살점들
통증을 걸러낸 제 몸에서 깊어지는 어둠
고해성사 끝나고 흙으로 돌아가는
질긴 창자에서 기어나온 허기진 똥의 기억
지독한 분화구 바닥을 핥고 와
내장을 꺼내 보이며 빌고 있는
파리는 안다.

 

 

 


대머리 독수리


어둠이 불 켜진 방을 두리번거리다 가발을 벗는다.
머리가 온통 부리인 불빛의 날개를 세워 푸덕거리며
가랑이 사이로 납작 엎드린 골수를 꺼낸다.
썩어가는 한낮의 가죽 펼쳐 내장을 열람하고
피비린내 지워진 연대기 체온을 식히기 위해
또 다시 헐거워진 출처로 돌아왔다.
숨 가쁘게 가로질러 온 광야의 부리를
얼룩진 날개에 파묻는 이 밤
깃털 없는 부리와 자라지 않는 날개로
얼마나 허공을 접어야 사막을 건널 수 있는가,
대머리에 난 비듬처럼 수런거리며
흐르지 못하는 강물의 무늬를 기억해
날마다 내 몸을 자신의 절벽에 가뒀다가 풀어 놓는다.



권성훈∙2002년 ≪문학과 의식≫, ≪시조시학≫으로 등단. 시집 <푸른 바다가재의 전화를 받다> 외. 2005 올해의 젊은 작가상, 경기예술인상, 수원문학작품상 수상. 경기대학교 문예창작학과 출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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