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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호 (2010년 가을호) 신작시/원무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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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2,122회 작성일 11-03-18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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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무현
사소한, 아주 사소한 발견 외 1편


암컷이 체력을 비축하고 있다
새끼를 낳기 위해, 수컷을 잡아먹고 있다
아직 볼 것이 남은 눈알을 먹고
아직 갈 곳이 남은 날개를 먹고
아직도 꿈과 이상이 펌프질 하는 심장을 먹어치운다
 
(뭐 그다지 놀랄 일 아닌 부류는 곤충학자뿐만 아니다)
 
순산한 암컷,
지아비는 안중에 없고
새끼가 있는 새로운 가정 위에
더듬이를 내려놓고 엎드린다
등을 덮고 있는 긴 날개가 미사보처럼 반짝인다
고요와 평화가 깔리는 풀밭
밀려오는 하오의 나른함
 
이건 틀림없이 사마귀의 세계다

 

 

 

 


나는 나팔꽃이 아니다


나팔을 몸에 달고 있지만
소리가 나지 않는 꽃
나는 뱀 대가리 꼿꼿이 쳐들고 동녘을 노리는 이무기다
물결 일렁이는 풀숲에서
천 개의 푸른 접시를 들고
탱자나무 가시계단을 곡예사처럼 오르는 나는
한 마리 천 년 묵은 전설이다
신분 상승을 꿈꾸는 자에게 하오의 해는 너무 초라하다
지금 막 양수를 뚝뚝 떨어뜨리며 아침 태양이 뜨고 있다
오오 꿈에서나 물고 있던 여의주가 눈부시다
입을 다물고 있던 내 안의 나팔이 열린다
터진다 보랏빛 환호성

나는 오늘도 한 편의 무성영화로 아침을 연다



원무현∙2003년부터 ≪시와사상≫, ≪신생≫, ≪작가와 사회≫등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함. 시집 <홍어>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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