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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호 (2010년 가을호) 신작시/ 정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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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1,989회 작성일 11-03-18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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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서영
착각 외 1편


그는 장롱 속 어딘가에서 삭은 신문지에 싸여있는 아버지의 흔적을 발견했다 seiko 손목시계. 오후 3시 16분. 시계바늘은 방 벽시계와 같은 시간을 가리키고 있었다

그의 아버지가 죽은 후 육천구백 삽십오 번의 해가 졌다 그 사이 오금리에 살던 그의 작은 아버지가 죽었다 동네 앞 늙은 느티나무가 벼락 맞아 죽고  승천리에 살던 고모도 죽었다

아무도 모르게 장롱 속에 남편을 숨겨놓고 살던 그의 어머니 이분남 씨도 끝내 죽었다  

선명하게 이어지는 아버지의 시간 속으로 그는 들어가고 있었다

착각착각착각착각……

그들은 모두 착각 없는 세상 쪽으로 떠났다 그의 아버지는 그의 작은아버지는 그의 고모는 그의 어머니는 동네 앞 느티나무는, 지금 무슨 착각 속으로 가고 있는 것일까  

 

 

 

 


신용 없는 나라


이제 그만 멈출 수는 없나요 당신은 정말 지겨워요
그 사슴 같은 이름만 믿고 당신을 찾을 거라고 오해하지 말아요
순한 이름 속에 감춰진 돌발적 뿔의 속성을 나는 잘 알아요
차라리 열사라고 부르면 어떨까요 너무 어둡게 들리나요
그렇다면 호메로스 아니면 제우스는 어떨까요 멋지지 않나요
신용이라니! 멈춰주세요 제발 멈춰주세요
그 뻔한 이름으로 유혹하지 말아요 의미 없는 집념 던져버려요

오늘도 편지함에는 신용 씨가 보내온 4통의
편지가 들어 있었다

김신용, 당일 입금 신용대출
장신용, 무방문 무보증 신용대출
이신용, 최고 5천만 원까지 신용대출
무신용, 월 급여 11배까지 타대출 외 신용대출

그래, 신용은 없다. 다아 죽었다!


정서영∙2005년 ≪리토피아≫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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