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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호/신작시/이정/십 이월의 뜰 외 1편

이정

십 이월의 뜰

휑덩그레 비어 있습니다

마당을 지나쳐 갑니다
가랑잎 닮은 비둘기 몇 먹이를 쪼아 먹고 있습니다
웬일인지 두 마리는 모이를 쪼지 않고 왔다 갔다
하기만 합니다

둘은 망을 보고 있는 듯합니다
새끼들이 모이를 먹는 동안
어미 애비의 깃털이 고요에
맞추어 흩날릴 뿐,
 
그들의 소중한 나들이가 방해받지 않게
살금살금 뒷마당을 되돌아 옵니다

능소화 타령

보아라
비어있는 하늘에 1111
꽃 커튼을 드리우고
파안대소하는 저 음표들

어제 내린 빗물 무늬살에
22 22
허우적거리는 개미를 보고
웃고 있었더니

물에 뜬 꽃배
33 33
사경을 헤메다

천신만고 끝에 그 개미
44 4 4
꽃배에 올라타고
이승길 노 저어
강 건너 가누나

*이정 2003년 《시와 정신》으로 등단. 시집 『누가 내 식탁들을 흔드는가』,                  『지친 발걸음이 이곳에 정거해 있다』. 제 2회 시와정신 시인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