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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호/신작시/오석륜/속도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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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부관리자
댓글 0건 조회 1,206회 작성일 20-01-20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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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호/신작시/오석륜/속도 외 1편


오석륜


속도



허겁지겁 산골짝 낭떠러지를 빠져나온
물줄기, 그 하나하나에
속보로 속세로 흘러 들어가서는 절대 안 된다며
완급을 조절해주는
스님의 목탁소리를 들었는지
똑, 똑, 똑, 똑, 똑,


산사의 약수는
한 방울씩 더디게
더디게 떨어지는 수행을 하고 있다.





남녀의 차이



당신을 보니 또 다시 내 마음이 설렌다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이지
여전히 당신의 미모가 변하지 않았다는 말은 하고 싶지 않다.  
그런 감정이 찾아왔으면 하는 기대감이
지금, 역으로 다소곳이 향기를 들이미는 목련꽃처럼 피어오른다. 
가난한 사람이라도 괜찮다며,
신뢰를 공유하고 있다는 것보다 더 좋은 것이 어디 있느냐며,
만날 때마다 슬쩍슬쩍 꺼내주었던 그대의
그 순백색 미소가 서둘러 추억으로 소환된다. 
참 고마웠다는 생각과 더불어
서로가 특별나게 간직했던 이별의 기억도
역 주위를 배회하는 꽃샘바람으로 불어오기 시작하지만
생각해보면 현재가 과거를 불러들일 때마다
그리움이 길을 잃지 않고 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올 때가 되었는데 오지 않는 그대를 기다리며
몇 십 년만의 침묵을 깨고
겨우겨우 견뎌온 재회의 꿈이 금세라도 이루어질 듯한데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휴대전화기를 들여다보는 순간,
문자 한 통이 도착해 있었다.


“미안해요, 나중에 볼 기회가 있겠지요.”





*오석륜 시인, 번역가. 칼럼니스트. 2009년 《문학나무》로 등단. 시집 『파문의 그늘』. 저서 및 역서 『미디어 문화와 상호 이미지 형성』(일본어판, 공저), 『일본어 번역 실무 연습』, 『일본 하이쿠 선집』, 『풀 베개』 등, 30여권 출간. 현재 인덕대학교 비즈니스일본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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