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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호/신작시/김미연/동면冬眠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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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호/신작시/김미연/동면冬眠 외 1편
김미연
동면冬眠
─에어컨
여름 한철
바람 한 마리 으르렁댄다
날개를 휘젓고 더위사냥을 한다
매미울음소리도
삼복도 먹어치우고
하늘의 문을 열고 이글대던 더위가
한발 주춤 물러서더니
문밖으로 다가온
삶과 죽음의 경계선을
발소리도 없이 넘고 있구나
거친 숨, 사나운 성깔 모두 벗어놓고
내 방 구석에 엉거주춤 서서
잠의 미궁 속으로 침잠하고 있다
숨소리가 사라졌다
소가죽 구두
맨발로 걷던 소
평생 짐을 싣고 살더니
이제는 사람을 싣고 간다
누군가의 신발이 되어
발을 끌고 멀리 가야 한다
바닥보다 더 질겨야 하는 삶
굽이 닳아도 갈아 끼우고
구멍이 날 때까지 걸어야 한다
소처럼 일만하는 사내도 한 마리 소
낡고 해지면 어디쯤에서 버려질
소와 사람이 함께 걸어간다
그 발자국에 울음소리가 고여 있다
*김미연 2010년 《시문학》으로 등단. 2015년 《월간문학》으로 평론 등단. 2018년 《월간문학》시조 당선. 시집 『절반의 목요일』. 평론집『이미지와 서정의 변주』. 2019 예술아카데미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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