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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호/신작시/권선애/블랙 아이스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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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호/신작시/권선애/블랙 아이스 외 1편
권선애
블랙 아이스
바닥에 날개가 돋는다면 믿겠니
차가운 얘기가 겨울의 덫이라면 오해니
음지에서 날다가 붕 떠버린 다리
그곳엔 맨발 자국이 엉켜
혈류가 차단된 웃음이 공중에 얼어 있다
새벽에 자라는 카멜레온
커브에선 변하는 표정도 곡선이다
말 없는 말들이 속도를 높이면
빙판을 알아보지 못해 허공으로 튀어 나간다
휴게소가 보이면
라면을 먹을래
국수를 먹을래
서로 쳐다보다가 미끄러지는 기분
살얼음에 고인 말투는
감정선을 넘어 전복될지 몰라
침묵은 빨리 얼어버리는 말
언 그늘을 이해하는 동안
그만 오해를 멈춰줄래
이슈
소문의 절반은 뼈로 만들어져 관심으로 살이 붙는다 여러 개 입이 한 방향으로 소리를 질러대면 가벼운 말들이 깃발을 꽂는다
관심 밖의 목소리에 힘을 주면 오늘이 고독하다
목 길게 빼고 흔들리는 목소리를 찾는다 환해졌다가 곧 가라앉을 불꽃놀이, 그곳에 앉아 검색어를 쓸어 담는다
열어놓은 귀가 바닥을 엿듣고 있을 때 머리에 떨어지는 별똥으로 입을 부숴도 좋겠다고 생각 한다 예고 없이 부서진 빛은 제멋대로 퍼져 아무렇게 묻힌다
중심에 서 본 적 없는 나는 기울어진 그늘
광장에서만 어깨가 벌어진다 화제의 들뜬 마디를 벗어난 행성은 어디에서 우거진 빛을 잃어가고 있을까
사실과 거짓을 반반씩 나눠 먹은 뼈와 살이 말의 기둥에서 흘러내린다
*권선애 2013년 《포엠포엠》으로 등단. 시란 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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